혼자만의 시간도 소중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 분주히 보내는 하루가 지나고, 두 녀석들이 잠든 후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아이들을 재우는 일은 늘 내 몫이었는데, 내가 워킹맘이 된 이후로는 남편과 번갈아 맡게 되었다. 한 사람이 아이들과 잠자리에 들면, 다른 한 사람은 집안을 정리한다. 가끔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들어버릴 때면, 그 고요한 밤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된다.(반대로 아이들과 잠들어 버릴 때는 아침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이 시간은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읽고 싶었던 책도 보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감상하며, 때로는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여유 속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되찾는 기분이다. 결혼 전, 혼자만의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던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그 시간을 잃어가고 있었다. 잠시라도 이런 여유가 생길 때면, 잊고 있던 내 본래의 모습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하루는 개인적인 일로 평일연차를 사용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마무리되어,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까지 오랜만의 자유 시간이 생겼다. 갑작스럽게 생긴 이 평일 오후의 여유를 무엇으로 채울지 막막했다. 뭘 할지 모르겠어서 결국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의 하원시간만 기다렸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게 자주 질문을 던진다.
'내가 좋아했던 건 뭐였지?'
'내가 좋아하던 음식과 즐겨 듣던 음악은 뭐였더라?'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취향이 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내 음악 플레이리스트마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들로 가득한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아직 아이들이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라 일상의 대부분이 아이들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 순간들이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엄마로서의 나만 있을 뿐, '권희은'이라는 한 개인으로서의 나는 점점 잊히는 듯했다.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나 자신을 살피려고 한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내게 기쁨을 주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되찾아 갈 것이다. 나를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고 돌봄으로써, 나만의 빛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 안의 빛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빛으로 전해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