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자란다.
올해 첫째가 여섯 살이 되었다.(만 나이로는 네 살)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가도, 이 정도면 정말 많이 키웠구나 싶은 순간들이 문득문득 찾아온다.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혼자 신발을 벗고, 외투를 벗은 뒤 화장실로 들어가 스스로 손을 씻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거 해달라', '이건 못하겠다'며 짜증을 부리고 떼를 쓸 때면, '그래,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가지.'라는 생각이 스며든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2월부터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안내장을 보내왔다. 사실 작년 하반기쯤부터 첫째의 취침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보통 아홉 시에서 아홉 시 반이면 잠들던 아이가 목이 마르다며 물을 마시고 오겠다고 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열 시가 넘어서야 잠들곤 했다. 그래서 주말에는 낮잠을 생략하고 밤잠을 더 빨리 재우기 시작했다. 육퇴 시간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지니 오히려 나도 하루의 마무리를 더 빨리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오늘 하원길에 선생님께서 낮잠 이불을 내 손에 들려주시며 내일부터는 낮잠을 자지 않는 연습을 한다고 하셨다. 별생각 없이 집에 돌아와 낮잠 이불을 세탁기에 넣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밤잠이 더 빨라져서 좋겠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아이가 정말 훌쩍 자란 것 같았다. 이제 진짜 형님이 되었구나 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육아가 힘들 때마다 아이가 얼른 커서 내 품을 떠나 훨훨 날아가길 바라곤 했다. 하루하루 자라고 있는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품에서 한발 짝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아이폰이 띄워주는 1년 전 사진, 2년 전 사진 속에서 아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본다. 오늘따라 이 사진들이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땐 왜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을까. 지금 와서 보니 그 순간 더 많이 아이의 눈을 맞추며 웃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처음 뒤집기를 했던 순간의 설렘,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러준 날의 감격, 처음 한 발을 떼고 아장아장 걸었을 때의 기쁨이 차례로 떠오른다. '슬하의 효도'라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이는 자란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나도 자랐다. 그 사실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육아라는 일상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 시간이 알려주는 '슬기'일 테지.
오늘의 나는, 오늘의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을 최대한 깊이 느껴보려 한다. 허전함이 파고들 틈 없이, 지금의 우리를 꼭 안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