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의 책을 읽으면
이사를 준비하며 책장을 정리하던 중, 이기주 작가의 책을 발견해다. 오랜만에 마주한 책이었지만, 표지를 보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났다.
'맞다, 이 책도 참 좋았지.'
사람의 취향이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예전부터 나는 허구보다는 현실 속 소소한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영화나 책을 고를 때도 자연스럽게 이런 류의 작품들을 선택한다. 이기주 작가의 글은 그런 내 취향에 꼭 맞았다. 그의 책들은 단순한 읽는 즐거움을 넘어 내 사고의 깊이를 더 확장시켜 준다.
'언어의 온도', '한때 소중했던 것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같은 그의 책들은 특히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던 시절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따뜻했고, 일상 속 작은 존재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힘들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책을 꺼내 들었다. 그 속에는 아무 말 없이도 나를 다독이는 위로가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딘가 포근한 온기가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그의 책을 읽으면서 싹텄다. 복잡한 마음이 얽히고설킬 때마다 글을 적으면 마치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다. 글쓰기가 이렇게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더 일찍 알았다면, '독박 육아'로 지쳤던 시절에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며 나를 다독일 수 있었을 텐데 싶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제라도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다잡고 싶다.
최근 그의 책 중 하나인 <마음의 주인>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한 문책 목차앞의 '일러두기'의 한 문장은 마치 이기주 작가가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른 아침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듯 찬찬히 거닐었으면 합니다.'
바쁘게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지쳐 출근하는 나에게 그의 한 마디는 나를 한적한 공원으로 데려다 놓은 듯했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글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곁에서 다정하게 일러주는 따뜻함도 느껴졌다.
그의 책을 펼치면 나는 늘 잠시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롯이 작가가 던진 질문과 주제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분명 '마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오랜 시간 숙고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간결하면서도 따뜻한 문장들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단순함 속에서 강한 울림이 느껴지는 순간들, 그것이 그의 글의 힘이 아닐까.
내가 그의 문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곳곳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는 삶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깊은 통찰을 끌어낸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조용함 속에서 전해지는 그의 메시지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이유에서인지, 그의 글은 항상 나에게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내 삶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고, 그로 인해 나도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변했다. 이기주 작가의 글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나도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한 줌의 온기를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