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적응 중
우여곡절 많았던 이사를 마쳤다.
이사 전부터 최근까지 머릿속은 복잡하고, 그동안 책도, 글쓰기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사하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래도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오랜만에 근황을 적어본다.
(크고 작은 이벤트가 많았지만, 그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풀어보겠다.)
이사를 하고 나니, 아이들도 새로운 원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매일 아침 내 마음도 소란스럽다.
첫째는 유치원에 보내보려고 티오가 남아있는 곳들을 확인했지만, ‘이사를 하면 생활하던 환경도 바뀌니 둘이 같이 보내면 조금 더 안정적이겠지’ 하는 생각에 둘을 같은 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 결정은 예민한 첫째를 위한 배려였다.
이제 여섯 살이 되고 형님이 되어 그런지, 내 예상보다 너무 잘 적응해주고 있다. 등원 첫날부터 울음과 투정 없이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
반면, 적응이 수월할 거라 생각했던 둘째의 적응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나이로는 4살이지만, 만 2세라 영아반에 속하는 우리 둘째는 첫 주는 적응기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사를 준비하며 이미 연차를 많이 사용했던 터라, 둘째는 적응기간 없이 첫날부터 낮잠도 자고, 연장반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유아반은 별도의 적응기간이 없었다.)
둘째가 속한 반은 등원 첫 주 동안 두 타임으로 나누어 엄마와 함께 등원해서 1시간 정도 원에서 지내다 점심 전에 하원하는 방식으로 적응기간을 가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나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등원 첫날만 출근하기 전에 30분 정도 함께 있다가 나오는 것으로 적응기간을 대신했다.
첫날은 혼자 낮잠까지 자야 해서 신경을 썼지만, 혼자 있으면 선생님과의 라포 형성이 더 잘 될 거라며 애써 내 마음을 위로했다. 둘째도 하원 후에, "엄마, 지후는 씩씩해서 혼자 있었어!"라고 말해주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놓였던 탓일까, 3일 차부터 어린이집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며, 엄마 회사에 따라가겠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오히려 등원 시 긴 헤어짐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 짧게 인사하고 발걸음을 회사로 향했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둘째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치며 메아리처럼 울려, 그 순간 내 마음도 흔들렸다.
‘아직도 엄마가 필요한 아기인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첫 주가 지나고 주말이 되었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피곤했을 테니, 더욱 신나는 휴일을 만들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평소 나는 워킹맘이라 아이들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원에 빠짐없이 등원시킨다. 그런 상황에 대한 마음의 부담 때문일까. 주말엔 나의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편이다.
평소에 잘 챙기지 못하는 끼니를 최대한 내가 직접 만들어서 먹이고, 아이들과 알찬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의 휴식을 뒤로한 채 "아이들과 가기 좋은 곳"을 검색하며 다양한 경험을 선물하려 노력한다.
주말을 너무 즐겁게 보낸 탓일까. 일요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둘째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내일 엄마 회사 가지 마. 엄마 회사 가면 지후는 슬픈 마음이야."
왜 엄마가 나와 떨어져 회사에 가야 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를 나이다. 아직은 엄마가 자신의 삶의 중심이자, 든든한 버팀목일 것이다.
"엄마가 회사에 가야 빠방도 사줄 수 있고, 키즈카페도 갈 수 있고, 과자도 사줄 수 있어, "라며 반복해서 이야기해도, "빠방 안 사도 돼", "키즈카페 안 가도 돼", "과자 안 먹고 싶어"라는 둘째의 대답에 마음이 아려왔다.
둘째의 마음속에서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그 작은 행복들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라니,
나는 그저 아이의 두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알고 나니, '지금 내가 일을 하는 게 맞는 것인가'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오늘 아침 최고로 많이 울고, 거의 선생님에게 끌려가듯 등원했다. 나도 걱정을 가득 안고 출근을 했다.
오후 늦게 선생님이 보내주신 알림장을 확인했다. 오늘은 마음이 많이 상했는지 오전에는 놀이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졌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괜찮아질까? ’,
‘아이들이 더 자라면 그때가 되면 서로 조금은 더 독립적으로,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게 될까?’
‘어쩌면 나는 점점 더 아이들과의 거리를 두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오늘도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어린이집에 안 갈 거야!"라고 대성통곡을 하다가 열 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나도 그간의 속상했던 일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 울지 말라고 눈물을 닦아주는 우리 둘째.
너와 나의 마음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가슴에 담고,
또 새로운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