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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머무는 밤

천천히 혹은 빠르게

by 권선생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나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는 주변의 인생 선배들이 나에게 한마디 건넬 때마다, "빨리 컸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이 드네요."라고 늘 같은 대답을 한다.


22개월 차이의 아이 둘을 키우고 있고, 첫째가 태어난 순간부터 쉼 없이 육아를 해온 세월이 벌써 5년 가까이 되었으니 나도 지칠 법도 했다. 만약 이것이 일이었다면 온 오프가 가능할 테고, 내 컨디션에 따라 조절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육아는 그렇지 않다. 하루도 아니 한순간도 멈춤이 없다. 아이가 아프면 밤을 꼬박 새워야 하고, 내 몸이 힘들어도 그들의 하루는 변함없이 흘러간다. 도망칠 곳도, 대신할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 때때로 나를 지치게 한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육아의 끝은 임종이야."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마흔이 넘은 나를 여전히 걱정하는 부모님을 보면, 육아는 자식이 성인이 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몸은 한결 편해지셨겠지만, 마음은 여전히 부모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럴까.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오히려 더 많은 걱정과 그리움 속에 살게 되진 않을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 한 사람을 길러낸다는 것. 돌이켜보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으면 키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던 내 젊은 날의 철없음이 부끄럽다.


첫째를 낳고 '산후우울증(호르몬의 영향일지도)'을 겪을 때, 엄마가 내가 말했다.

"지금 네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때는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한계를 느끼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나는 나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간다. 어쩌면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강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휴대폰을 바꿀 예정이라 오래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아이들의 아기 시절 사진을 마주했다. 아직도 내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데, 이렇게 더 작은 때가 있었다니. 한 팔에 폭 안기던 아이들이 어느새 내 몸 반만큼이나 컸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그 시절이 조금은 그립기도 하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그때도 지금도, 더 넓은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스러운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잠이 든 아이를 품에 안고, 아이들에게 못다 한 나의 진심을 조용히 속삭이곤 한다. 새근거리며 잠든 천사들을 바라보며, 나에게 와 준 이 소중한 존재들에게 감사한 밤을 맞이한다. 우리만의 따스한 온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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