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기
얼마 전, 늦은 밤 육퇴를 마치고 오래간만에 여유를 즐기며 SNS를 보던 중, 반가운 고등학교 시절 사진들을 발견했다. 한 친구가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려놓았고,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추억에 잠겨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던 순간, 마지막 사진 속 한 친구의 비보를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진 속에 해맑게 웃고 있던 친구가 이 세상에 없다니. 두 눈으로 확인하고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소식을 전해준 오랜 친구에게도 연락을 취할 수 없었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나는 밤새 잘을 설쳤다.
아침이 밝아왔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아이들을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친구의 부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등원과 출근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그 소식이 내내 가슴을 짓눌렀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오랜 친구에게 연락을 취했다. 다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그 친구도 연말에 얼굴을 본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먼저 떠난 친구는 신제품 개발을 끝내고 큰 사업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고 했다. 원래 지병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과로가 원인이었을까. 이제 와서 이런 궁금증을 품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더 늦기 전에 연락 한 통 해볼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먼저 떠난 친구는 누구보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였다. 학창 시절에도 조용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두각을 나타냈고, 조용하지만 배려 넘치는 성격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함께했던 추억 속에 그는 언제나 유쾌했고, 고민이 있을 때면 묵묵히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따뜻했던 그였는데 그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많은 걸 혼자 감당해야 했을까. 그 생각에 감슴이 먹먹해졌다. 부디 그곳에서는 외롭지 않기를, 이제는 모든 걸 훌훌 털고, 평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결혼 전에는 그래도 친구들과 자주 만났다. 생일이면 모이고, 연말이면 서로 바쁜 와중에도 얼굴을 보며 안부를 나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동네 친구들과의 만남은 뜸해졌고,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그 간극은 더욱 커졌다. 친정에 가더라도 두 아이를 챙기느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기란 쉬운 일 이 아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각자의 삶 속에서 바쁘게 지내느라 선뜻 연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믿으며,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은 먼저 시간을 내어 안부를 물어야겠다고.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연락을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그 시절 함께했던 친구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편히 쉬렴. 내 오랜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