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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엄마의 삶

<폭삭 속았수다>를 보고

by 권선생

최근 넥플릭스 드리마 <폭삭 속았수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령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특히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친구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 드라마 속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엄마들은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때로는 자신의 욕망을 접어두며 살아간다. 나의 삶보다 더 나을 자식들의 삶은 생각하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간다.


"엄마는 엄마대로 행복했어. 그림 같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다고 그러니까 딸아 엄마 인생도 좀 인정해 주라."


금명이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힘든 순간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엄마 애순이었다. 엄마가 되고 엄마의 삶을 생각하니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던 것이다.


"엄마는 후회하지?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못해서."

"나는 좋아서 했어. 천애 고아 오애순이, 식모살이 오애순이, 여고 중퇴 오애순이, 내가 가져 본 타이틀 중에서 금명이, 은명이 엄마가 제일로 근사했는데, 나는 나대로 기똥차게 산 거야. 내 인생 좀 깐히 보지 마."


이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다. 처음에는 엄마의 삶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는 말에 감동했다. 엄마는 단순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살아왔다는 말에 마음이 울렸다. 하지만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보니 애순이는 금명이가 미안함 마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기똥차게 살았다고 했지만, 결국 자식을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아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순이의 말속에서 묵묵히 감내해 온 엄마의 희생을 다시금 느꼈고, 그 애틋함에 눈물일 차오른 것이다.


나 또한 첫째를 낳고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너무도 달라졌다는 생각에 엄마가 됐다는 기쁨보다 나의 삶이 완전히 바뀐 것 같은 불안감에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나도 나의 모성애를 의심하며 힘들어했는데, '너는 지금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며 다독여준 친정 엄마 덕분에 또 힘을 냈던 순간이 기억난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의 존재는 언제나 나보다 나를 더 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니 인생에 너도 있어야 부아도 안 나지."


금명이는 극 중 1969년생으로 나온다. 나는 1984년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겪는 감정과 경험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대가 다르고, 환경이 달라도, 엄마라는 존재는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자식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를 끊임없이 성장하게 만들며, 결국엔 우리도 다시금 엄마를 이해하게 만든다.


육아에 지쳐 힘들어하는 금명이에게 애순이가 한 말에 나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22개월 차이 나는 남매를 키우며 오롯이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가 우연한 계기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 둘을 떼어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내내 마음이 쓰였다.


엄마의 유년 시절, 외할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상황이었기에 맏이로 태어난 엄마는 동생들을 돌보며 '어린 엄마' 역할을 기꺼이 해왔다. 그랬기에 엄마는 가정을 꾸리면 전업주부로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자식들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던 엄마 덕분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도 꾸준히 사회생활을 하겠노라 생각하며 성장해 왔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나도 모성애 같은 것이 생겨서 그런지 출퇴근을 위해 아이들을 일찍 등원시키고 늦게 하원시키며 일하는 것이 속상했다.


그런 나에게 친정 엄마는 늘 나에게 내가 하는 일이 정답이라고 말해주었다.

"너도 너의 인생이 있어야 삶이 즐겁지. 생각보다 아이들은 금방 커서 엄마 손을 떠나는 날이 금방이야."


정말 그 말이 맞았다. 내 걱정보다 아이들은 잘 적응하고 있고, 나도 내 일을 가지고 생활하니 육아에만 전념했을 때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그러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을 찾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게 되었다.


육아는 끝이 없고, 엄마라는 존재는 평생 자식과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도돌이표처럼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듯싶다. <폭삭 속았수다>의 금명이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우리의 삶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되었다.


오늘은 퇴근길에 엄마한테 전화 한 통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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