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꽃이 피었다.
나는 워킹맘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의 등원과 하원만큼은 내가 직접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서두르게 되고, 조금 더 늦게 마무리하게 되는 하루.
우리 딸은 그런 엄마의 하루를 알고 있을까. 며칠 전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도 일찍 데리러 와줬으면 좋겠어. 연장반 말고, 우리 구름밤에 있을 때 데리러 와주면 안 돼?"
순간,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직을 했다.
워라밸은커녕, 주말근무가 익숙한 곳이었기에 나름 아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좋은 기회로 이직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의 부재를
나 스스로 이해받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바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엄마가 와주는 것.
아이의 바람을 들은 나는 마음속에 조용히 약속을 하나 새겼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른 친구들처럼 일찍 하원하러 가줘야지.'
그런데 하필 어젯밤부터 몸이 좀 이상했다.
목이 따끔거리고, 머리는 지끈, 몸살 기운까지 스며들었다.
혹시 몰라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 걱정되어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과 거리를 두며 조심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나아지지 않아 결국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부랴부랴 등원시키고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열은 없었고, 의사 선생님은 독감은 아닐 거라며 안심시켜 주셨다.
수액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밀린 업무를 마루리하고 나니,
오랜만에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고요한 여유가 피어났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집안 가득 울려 퍼지게 틀어두고, 따듯한 햇살을 등지고 앉아,
아이를 떠올리면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곧,
아이가 원하던 '그 시간', 정시 하원할 타이밍이 다가온다.
'오늘은 내가 조금 일찍, 네가 바라던 그때에 널 데리러 갈게.'
언제부터였을까.
아이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고, 나의 행복은 어딘가 멀리 접어두었는데
이렇게 짧은 반나절의 시간이 나에게도 충분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다.
오늘 하루,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가볍고 포근하다.
나는 지금, 참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