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나라를 위한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이미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 정치는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불법적 계엄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헌정사상 두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대통령은 그 책임을 지고 파면되었으며, 이제는 일반인의 신분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되었다. 임기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라, 그제야 국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국의 큰 변화를 계기로, 오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다시금 기지개를 켜며 집권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여러 재판에 연루되어 있으나, 공교롭게도 그 재판들은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조기 대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당내 경선부터 단일화 실패, 중진들의 정계 은퇴 등으로 지지 기반이 흔들렸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채, ‘옛날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지지자들의 결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제3당으로서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동탄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4수 끝에 국회에 입성했다. 그 전략을 기반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꾸준한 지지율 상승을 발판 삼아, 완주를 넘어 '부려먹기 좋은(?) 젊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출산 전까지 나는 약 10년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해왔다. 복직도 고려했으나, 변화무쌍한 이슈와 워라밸 없는 환경 탓에 마음을 접었다. 일반 시민의 시선으로 여의도를 바라보니, 오히려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정당들은 자신들을 ‘보수’ 혹은 ‘진보’라 말하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내세운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여의도의 현실은 셈이 빠른 사람들만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곳이었다. 보수는 가진 것을 지키려 하고, 진보는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나 임금 인상과 같은 사안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다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 자녀들은 외국 유학 중인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정치적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다.
(국회에서의 생활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자유시장경제라는 보수의 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진보처럼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보수가 자기희생과 책임의식을 기반으로 행동한다면 훨씬 더 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높은 도덕성과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 실수에 대한 온전한 수용과 반성, 이런 자세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국민들은 기꺼이 그를 따를 것이다.
현재의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서 그러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하거나, 점점 신생정당인 개혁신당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오늘 처음으로 개혁신당이 여론조사에서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내부에서 자신의 입지를 걱정하던 정치인들이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서고 있다. 그들이 정말 정치적 가치관의 동질성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계산 때문인지는 본인들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진정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자기희생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는 식의 논리가 아닌,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혼란을 잠재우고 국민 대통합을 이끌 사람이 누구인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 말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는 생물과 같고, 그 속성상 유동적이다. 어느 정당이든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갈 땐 국민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누가 대한민국을 위한 지도자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국민의 권리를 꼭 행사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