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을 위한 결심3
입원 당일, 할머니와 2박 3일을 보낼 둘째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수속을 마치고 늘 해왔듯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입원실로 향했다. 어린이 병동이라 그런지 벽 여기저기에 친근한 뽀로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차가운 병실의 삭막함을 아주 조금은 희석해 주는 것 같았다.
챙겨 온 짐을 풀고 아이와 나란히 앉아 아이가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했다. 좁은 병원 침대에서 오랜만에 아이를 품에 안고 잠이 들었지만, 병원의 아침은 모질게도 일찍 찾아왔다. 수시로 오가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체온 측정과 혈압 체크 소리에 얕은 잠을 깨며 맞이한 아침, 그렇게 본격적인 검사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양쪽 손등에 차례로 주삿바늘이 꽂혔다. 한쪽은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다른 한쪽은 채혈을 위해. 두 번의 날카로운 고통 앞에 아이는 금세 녹초가 되었다. 아르기닌 호르몬 검사를 위한 약물을 주입하고 3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채혈. 내 눈에는 그보다 훨씬 더 자주 피를 뽑아내는 것처럼 보여 아찔했다. 예민한 아이는 혈관을 닦아내는 생리식염수가 들어갈 때마다 차갑고 따갑다며 울먹였고, 그 소리에 내 마음도 싸늘해졌다.
오전 검사가 끝나고 짧은 식사 후, 곧바로 뇌 MRI 촬영이 이어졌다. 수면 마취가 아닌 진정제를 먹고 잠든 아이가 이동식 침대에 실려 검사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중간에 깨어나 검사가 중단될까 봐, 검사실 앞에서 기다리는 내내 나 역시 숨을 죽인 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다행히 아이는 깊게 잠들었고 검사도 무사히 끝났다.
검사 후 너무 오래 재우면 안 된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잠을 깨우자,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심한 짜증을 내며 화를 냈다. 약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몸이 느끼는 버거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평소라면 다그쳤을 행동에도 나는 그저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얼마나 생경한 기분일까. 이 작은 몸으로 무엇을 견디고 있는 걸까.'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검사라는 이성적인 판단 뒤로, 암마로서의 미안함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병원을 호텔이라 믿고 싶어 했던 아이의 설렘이 혹시 상처로 남지는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병실에서의 첫날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