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을 위한 결심2
성장 검사를 향한 여정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뼈 엑스레이는 가벼운 시작이었지만, 진짜 고비는 채혈실에서 찾아왔다. 영양 관련 검사와 내분비내과 검사를 위해 필요한 피는 무려 여덟 통. 6살 아이의 가녀린 팔에서 뽑아내기엔 너무나 가혹한 양이었다.
"안 할 거야! 하기 싫어!"
울고불고 저항하는 아이를 차가운 침대 위에서 힘으로 제압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잘 크고 있는 아이를 나의 불안 때문에 사지로 몰아넣는 건 아닐까. 멀쩡한 아이에게 억지로 병을 만들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혈액이 한 통 한 통 채워질 때마다 내 가슴에도 피눈물이 차올랐다.
그날 저녁, 아이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잔뜩 구워주었다. 고기를 씹는 아이의 오물거리는 입을 보며 내가 얻고 싶었던 건 아이의 기력 회복이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한 위안이었을까.
한 달 뒤 받아 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영양 상태도 괜찮았고, 유전적 이상도 없다는 결과. 다행이라 여겨야 할 그 문장 뒤에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성장호르몬 유발검사'와 '뇌 MRI'를 위해 2박 3일 입원 검사를 진행하자는 담당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남편과 며칠을 고민하다가, 급하게 연차를 내고 입원을 결정했다. 입원 전날, 캐리어에 짐을 싸는 나를 보며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엄마, 우리 호텔 가는 거야?"
여행이라도 가는 양 들떠 있는 아이를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불안도가 높은 아이라 몇 주 전부터 검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었건만, 아이에게는 '검사의 두려움'보다 '엄마를 독점하는 시간'이 더 간절했던 모양이다. 동생이 생긴 뒤로 늘 나눠 가져야 했던 엄마의 품을 오롯이 혼자 차지한다는 사실이, 아이를 이토록 설레게 만들 줄이야.
그 천진난만한 모습 뒤로, 문득 나의 어두웠던 시간들이 겹쳐졌다. 산후 우울증으로 아이를 버거워했던 초보 엄마 시절의 나, 그리고 지금은 일하느라 늘 바쁜 엄마인 나. 아이의 들뜸은 어쩌면 내가 채워주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반증인 것 같아 마음이 아릿했다.
병원을 호텔이라 믿고 싶어 하는 아이의 기대를 품고, 우리는 그렇게 둘만의 '병캉스(?)'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