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을 위한 결심1
첫째의 다섯 살 어느 날, 지독한 장염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그 밤을 기억한다.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간 그곳에서 나는 뜻밖의 과제를 받아 들고 돌아왔다.
"아이 키와 몸무게가 백분위에서 너무 뒤처지네요. 외래를 잡아드릴 테니 점검 한번 해봅시다."
그날 이후, 나의 머릿속 한편은 늘 아이의 성장이라는 낯선 궤도 위에 머물렀다.
또래보다 조금 작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입이 짧아서', '입맛이 까다로워서' 그럴 것이라며, '때가 되어 잘 먹으면 크겠지'라고 애써 가벼운 이유들을 붙여두곤 했다. 내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식습관의 문제라 믿으며, 그저 더 열심히 요리를 준비하는 것에 전념했다.
그러나 '유전'이나 '호르몬'처럼 부모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단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상황은 달라졌다. 어쩌면 아이에게 결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은 내가 물려준 무언가가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냉정하게 정보를 찾아보고 객관적인 지표들을 비교해 보려 애썼지만, 내 아이의 성장 추이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은 파편화된 의학 정보와 통계 수치로 뒤엉켰고, 마음은 짙은 안갯속을 걷는 듯 막막했다.
무언가를 기록하겠다는 다짐은 사치였다. 오로지 아이 성장과 관련된 정보들을 틈틈이 알아보고, '정답'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확신'을 찾으려 애쓰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충분히 벅찼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첫째의 작은 손과 팔에 꽂혔던 수많은 주삿바늘, 그리고 뇌 MRI까지.
그렇게 나는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나의 겨울은 어두운 침묵 속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봄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어느덧 훌쩍 지나 꽃이 피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멈춰있던 기록들을 써 내려갈 힘을 얻었다.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나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건넬 시간으로 돌아오려 한다.
막막한 밤을 견디고 있을 또 다른 엄마들에게, 그리고 먼 훗날 이 시간을 정답처럼 읽어줄 나의 첫째에게. 이제 천천히, 그 무거웠던 기록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