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홍보 전문가도 아니고, 홍보를 위해 전문분야에서 특채로 입사한 전문직도 아니다. 공공기관에 입사하겠다는 꿈 하나로 하루 15시간씩 공부해서 공채로 어렵게 입사한 평범한 공공기관 직원이다. 게다가 내가 근무하는 공공기관은 전체 직원 5,000여 명 중 90% 이상이 측량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 직렬인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LX한국국토정보공사’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경계측량, 현황측량, 분할측량 등 국민들의 토지재산권 보호를 위한 ‘지적측량업무’와 SOC의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한 ‘공간정보사업’,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지적도(땅의 모양과 크기를 기록한 지도)를 올바르게 다시 만드는 ‘지적재조사사업’ 등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 업무 특성상 땅이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홍보랑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인사는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직원들은 이동이 되고 발령받은 곳에서 근무를 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2016년, 측량업무만 줄기차게 해오던 기술쟁이가 입사 10년 만에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본사 홍보처로 발령받게 됐다. 문서 한 장으로 왔다 갔다 하는 공공기관이지만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는 홍보 업무 전담 부서로의 전입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홍보처에 발령받은 날의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 디자인, SNS, 작가, PD, 기자 등 각 분야 전문 경력직들이 대부분인 홍보처는 밝고, 쾌활했으며,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내가 근무하던 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 부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딱딱한 조직문화로 대표되는 우리 기관(다른 공공기관도 대부분 그렇다. 우리 조직을 까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 나는 우리 공사를 사랑한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사뭇 다른 부서 분위기는 나를 들뜨게 했고,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측량밖에 모르던 입사 10년 차의 기술쟁이는 홍보처에서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 체득되어 버린 조직 특유의 권위적이고 딱딱한 사고방식은 홍보 업무 수행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용어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아무리 야근을 하고 머리를 쥐어짜도 나오지 않았다. 인수인계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단어들이 즐비한 ‘파일 몇 개’ 전달로 마무리되어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알아서 배워야 했고, 찾아야 했으며, 내 할 일을 나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홍보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다. 보도자료 작성, 행사 사진 촬영, 인사말 작성, 광고, 언론 관리, 신문스크랩, SNS, 유튜브까지 배워야 할 것 천지였다. 하지만 자료를 찾고 문서함을 들쳐보고, 구글링을 해보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기관 홍보는 이렇게 해야 됨’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자료는 없었다.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홍보맨으로 거듭나 기위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우선 ‘지식의 보고’ 책을 찾았다. 하지만 시중에 나온 책 중에 내가 원하는 책은 없었다. 판매되는 홍보 관련 책들은 대부분 언론홍보를 중심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특히나 공공부문의 홍보는 대부분 공보관 출신 공무원분들이 퇴직하시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적인 마케팅, 홍보 책자는 SNS, 유튜브 등 홍보의 일부분만을 심도 있게 다룬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공공기관 홍보맨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이 필요했으며, 깊은 지식보다는 얕고 넓은 지식이 필요했다.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홍보 업무를 처음 해보는 비전공자들을 위한, 그것도 공공부문 홍보를 해야 하는 신입 홍보맨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지 않았다면, 그건 직접 쓰라는 신의 계시다!’ 199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이 한 말이다. 이제 입사 15년 차, 홍보 업무 5년 차에 접어드는 공공기관 홍보맨으로서 5년 전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은 신입 홍보맨들을 위해 그동안 홍보부서 내에서도 다양한 업무를 접해보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지자체, 중앙부처 등에서 홍보 업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 경험을 알려서 그분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격지 않았으면 한다.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민간기업과 정책을 알리고 공감대는 형성해야 하는 공공의 홍보는 달라야 한다. 또 공공 홍보에 필요한 역량은 민간 홍보에서 쓰이는 역량과는 다르다. 이 책에서는 먼저 신입 공공 홍보맨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업무부터 아이템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베테랑 홍보맨까지의 과정을 알려주고자 한다. 또한 단순히 홍보 업무뿐 아니라 번 공무원이라고 하는 공공기관 직원으로 철저하게 해야 하는 행정업무처리까지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된 필수사항들을 기술하고, 여러 가지 홍보 업무별 특징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고 익혀야 하는 스킬들까지 나열하고자 한다.
첫 번째 챕터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에서는 인사 발령 1주일 안에 부서 홍보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고 인수인계를 확실하게 받는 법을 짧게 집고 넘어간다.
두 번째 챕터 ‘반 공무원의 비애’에서는 결재문서 작성법, 원페이퍼 작성 노하우 등 문서작성 방법과 입찰절차, 수의계약, 제안요청서 작성 등 업무추진에 필수적인 용역관리에 대해 언급한다. 또한 내년도 사업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예산편성 등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풀어간다. 이 챕터에서는 특히 윗분들이 좋아하는 보고서 작성, 보고 타이밍 잡기 등 다른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내용들을 많이 기록한다.
세 번째 챕터‘일당백 홍보맨’에서는 언론홍보, 식사문 작성, 사보 발행, 광고, 유튜브까지 다양한 공공 홍보 업무 추진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고자 한다.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꼭 알아 하는 내용, 모르는 손해 보는 내용들로 구성하였다.
마지막 네 번째 챕터 ‘그럼 이제 홍보해 볼까?’에서는 기획과 계획, 실행을 위한 결재 받는 법, 적은 돈으로 홍보효과 높이기 등 실제 추진했던 사례들과 성공사례들을 기록했다.
이 책에서는 공공기관의 홍보의 특징을 집어보고, 홍보 이전에 공공기관 직원으로 해야 하는 일들과 지난 5년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공공 홍보의 노하우, 그리고 실제 우수사례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부디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공공기관 병아리 홍보맨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