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과장의 공공홍보 이야기]2-2. 공공부문 보고의 BTS ‘원페이퍼 보고’
최근 공공부문의 보고서 트렌드는 ‘원페이퍼’다. 보고서 작성에 소요되는 행정력 낭비를 막고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인데, 보고서를 쓰는 입장에서는 한 장 안에 내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압축해서 담아야 하기에 짧지만 어려운 문서다. 세익스피어는 10장짜리 편지를 쓰며 마지막에 시간이 없어서 줄이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거장 세익스피어도 그렇다는데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는 오죽하겠는가. 글을 많이 쓰는 것보다 압축해서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하지만 시간과 인내심이 없는 상급자를 위해서 우리는 원페이퍼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번 장에서는 아마도 당신이 공공부문 종사자로서 가장 많이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될 ‘원페이퍼 보고서’작성 방법을 소개하겠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보고서는 작성자 입장이 아니라 읽는 사람, 즉 보고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성해야 한다. 보고받는 사람(윗분)들은 핵심을 듣고 싶어 한다. 상사들은 보고서에 이 기획을 하는 이유, 내용, 효과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때문에 긴 보고서를 압축해 놓은 원페이퍼 보고서에도 이런 핵심들이 들어가야 한다. 본 보고서에서 사용했던 자료들은 대부분 잘라내고 핵심 위주로 간결하게 작성하는 게 원페이퍼 보고서의 핵심이다.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버리는 게 첫 번째이다.
단순함을 좋아하는 것은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만이 아니다. 세상에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일하라는 메시지가 넘쳐나고 있다. 서점의 경제경영, 자기 계발 코너에는 단순함을 외치는 책들이 넘쳐나고, 세상에 옷은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 밖에 없는 건가 싶은 스티브 잡스는 ‘심플’을 종교처럼 추앙했다. 그리고 애플은 아직도 ‘심플’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원페이퍼 보고서도 단순해야 한다. 핵심을 전달해야 한다. 단순함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리이다. 많이 버리고 핵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로 원페이퍼 보고서를 채워보자.
2020년에 사장님 지시사항으로 홍보 전략을 수립한 적이 있다. 홍보처만 추진하는 홍보가 아니라, 약 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계한 홍보 전략을 세우라는 불호령 같은 사장님의 말씀에 따라 단기간에 정말 정신없이 홍보전략을 수립했었던 기억이 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어렵사리 사장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았는데, 전사가 참여하는 홍보계획인 관계로 그 문서 양만해도 15페이지가 넘었다. 하지만 사장님 보고는 항상 원페이퍼로 해야 하기에 15장의 전체 문서를 한 장으로 줄여야 했다. 추진 전략을 글자로 표현하면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에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차장님의 힘을 빌려 간단하게 도식화해 원페이퍼 보고서의 반을 메꾸고 앞부분에서는 Why에 대한 답을 적었다. 글자도 대폭 줄었는데, 아래서 보는 한 페이지를 빡빡하게 채운 내용을 4줄로 압축해서 현황과 문제점을 한 번에 분석했다. 말하고 싶은 것 많았지만 ‘버리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어렵게 조사하고 작성했던 글들을 잔뜩 버렸었다. 단순하고 간단하게 가자. 원페이퍼의 핵심이다. ‘단순’, ‘명료’.
원페이퍼 보고서는 상세보고서 보다 들어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집 짓기로 비교하자면 원페이퍼 보고서는 지붕과 벽체가 없고 기초와 골조만 있는 집과 같다. 문제의 핵심, 본질만 보여주면 된다. 원페이퍼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거와 압축이다. 제거해도 본질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압축하고 줄여도 의미 전달이 되는 것들은 줄여야 한다.
세익스피어가 말한 것처럼 글은 쓰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글을 줄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고 원페이퍼 보고서 한 장 만드는 데 하루 종일 걸리는 사람이 있고, 30분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후자는 많은 원페이퍼를 만들어서 본 사람일 것이다. 보고서 작성, 특히 문서를 줄여서 핵심을 전달하는 것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많은 연습 전에도 글의 틀을 짜는 것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연습할 수 있다. 원페이퍼 보고서가 낯설다면 자신이 쓴 글을 아래 방식에 맞춰 작성해 보는 연습을 추천한다.
두 줄 안에 상사를 설득해라
원페이퍼 보고서에서 전체 페이지의 15%는 추진 배경이나 추진 근거로 작성해야 한다. 글로 하면 보통 2줄 정도를 차이 한다. 2줄 안에 왜 이 기획을 추진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정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관련 법에 의한 것이나 환경 분석에서 명확한 시사점으로 나온 것들을 제시하면 신뢰도가 올라간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계속해왔던 것이라서’이다. ‘Why없는 보고서는 백전백패’에서 나의 정기간행물 추진계획(안) 실패 사례를 말했을 것이다. 전임자가 했던 것이라서, 내가 작년에 했던 업무라고 해서 그 일의 당위성을 누락한다면, 윗분에게 탈탈 털릴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 작년에 했던 업무라고 해서 올해 또 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기존에 해왔던 업무를 그대로 하는 것이라는 그 일은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이 아니라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아르바이트생도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내 일이라면 왜 그것을 해야 하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행사를 개최하는 보고서를 만든다면, 이 행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야 한다. 1) 최근 정부 정책이 국민소통을 중점으로 두고 있고, 정부기관 경영평가 부분에서 국민소통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 오프라인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한다면 1차적으로 행사 참가자들에게 기관을 알릴 수 있고 보도자료 배포, 영상 제작 등을 통해서 공사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 정도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연초에 윗분의 결재를 받은 전체 홍보계획에 행사 계획에 대한 내용이 한 줄 정도 들어가 있다면 그것도 근거로 넣을 수 있다. 원페이퍼 보고서에서 처음은 두 줄 안에 상사를 설득하는 일이다. 상사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근거와 배경을 확실하게 제시해라.
주요 내용은 중복 없지만 빠진 것도 없이 써라
첫 두 줄에서 추진 근거와 배경으로 이 기획의 당위성을 설득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고해야 한다. 전체 분량 중에 70% 정도를 차지하는 내용이자 핵심사항이 담기는 부분이다. 본문에는 무엇을, 누가, 어떻게, 언제 할 것이며 소요되는 예산이 얼마인지를 명시해야 한다. 한 문장은 한 줄을 안 넘기게 간단하게 작성하고 추가 부연 설명이 있다면 ‘*’표시를 달아서 2포인트 작은 중고딕으로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 원페이퍼는 보통 15포인트로 작성하고 부연 설명은 13포인트로 작성하면 보기 좋은 보고서가 된다. 본문의 글자체는 신명조를 추천한다. 행사 계획서를 보고한다면 본문에는 행사명, 일시와 장소, 참석인원, 행사의 주요 내용, 소요예산 등이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임원급이 참석하는 행사라면 인사말, 사진 촬영 등 임원이 해야 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주는 것이 좋다. 만약 행사 내용이 별로 없다면 타임 테이블을 간단히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체적인 효과를 제시해라
추진 배경과 방법을 설명했다면 마지막 15%는 이 기획에 따른 효과나 향후 계획을 알려야 한다. 효과는 추상적인 효과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상사들은 구체적인 효과를 원한다. 이 기획을 자신이 통과시킨다면 그 효과는 자신의 공적이 되기 때문에 수치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효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적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전의 유사 사례들의 결과 보고서를 참고해 대략적인 효과를 유추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언론 보도 00회 이상 노출에 따른 000원의 광고효과 예상이라던 지 하는 수치들은 간단한 계산으로도 가능하다. 만일 정량적인 효과를 측정할 수 없는 기획이라면, 마지막 15%를 효과가 아닌 향후 계획으로 채울 수도 있다.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앞으로 어떻게 확대해 나가겠다라든지 효과 분석을 통해 연차별 추진을 하겠다든지 하는 계획을 넣으면 원페이퍼 보고서가 완성된다.
공공부문의 보고서는 지나치게 형식을 중요시 해왔다. 핵심 내용보다는 줄 간격, 폰트 크기, 보고서 작성의 완결성 등을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민간보다는 의사결정이 느리고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이제는 공공부문도 바뀌고 있다. 보고서를 예쁘게 꾸미는 시간을 줄이고 의사결정도 빨리 할 수 있도록 원페이퍼 보고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간단히 작성하는 원페이퍼 보고서라고 핵심이 빠진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알맹이가 없다는 상사의 핀잔을 들을 수 있다. 보고서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내가 알고 있고 하고자 하는 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사전 지식도 충분해야 하지만 핵심을 잘 골라내서 보고서에 담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 챕터에서 알려준 팁을 활용해 부디 한방에 설득되는 원페이퍼 보고서를 뚝딱 만들어내는 공공부문 홍보주니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