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에세이] 업무 핑퐁은 이제 그만!

by 다퍼주는 손과장
7. 손명훈 프로필 사진.jpg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홍보 인수인계서'저자

지적측량이라는 LX의 주 업무를 수행한 지 10년째 되던 해, 본사로 발령을 받고 하던 업무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장에서 측량기계와 함께 산으로, 논으로 뛰어다니는 기술직이 시원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장에서 그랬지만 ‘맡겨진 일은 어떻게든 완수하자’라는 초심을 다시 되새기며 본사 첫 출근 날이 되었다.


본사 근무는 내가 현장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편한 일’은 전혀 아니었다.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기, 10분에 한 번씩 날아오는 공문들을 처리하느라 혼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게다가 서류작성 경험이라고는 눈곱만큼이나 없었던 나에게 본사의 서류작성 업무는 마치 초등학생이 대학교 입학시험문제를 푸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맡겨진 일을 처리하며 정신없이 지내던 중, 선배와 커피타임을 갖으며 들은 이야기 덕분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가 신입사원 시절부터 마음에 되새겼던 ‘초심’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명훈아, 너 그렇게 일하면 네 풀에 네가 꺾여. 일을 요령껏 해야지 요령껏. 왜 네가 안 해도 될 일까지 다 하고 앉았냐. 적당히 쳐낼 건 쳐내고. 넘길 건 다른 사람한테도 좀 넘겨”


본사 신입생과 다름없는 본사 1년 차 후배에게 전하는 선배의 조언이었다. 미련하게 야근하면서 잘하지도 못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나 보다.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선배의 말처럼 일을 서로 넘기는 ‘핑퐁’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문서를 서로 ‘우리 부서일 아니에요’라고 다른 부서에 넘기거나, 임원 지시사항에 주무부서가 어딘지 정하는 것으로도 한참을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내가 생각하는 기관은 이게 아닌데..’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본사는 수많은 부서가 한 건물에서 근무를 하고 있고, 각 부서마다 고유의 업무가 있다. 그리고 본사 특성상 매일매일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대응해야 한다. 게다가 이 이슈 대응은 본연의 부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담당자들과 부서장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본 업무 외에 것들에 대해서는 각 부서나 담당자들이 ‘핑퐁’을 하는 것이다. 한 번은 외부에서 걸려온 민원전화를 각 부서에서 돌리고 또 돌리다가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작은 민원 건으로 전화한 고객이 불 같이 화를 내면서 크게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날 선배와의 대화에서 나는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나부터라도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고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내 후배들, 내 주위 사람들도 나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 혼자라도’라는 생각을 갖고 근무하다 보면 우리 조직이 좀 더 발전적으로 바뀌고 국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본사 생활 7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그때 마음먹은 대로 ‘제가 하겠습니다’를 실천하면서 즐겁게 근무하고 있다. 물론 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홍보처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자주 말한다. 누군가 갑자기 단기 휴직을 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도, 서로서로 업무를 알아서 나누며 업무공백이 전혀 없게 만들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그 업무 분배를 관리자가 나서서 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자원해서 분배한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보면서 ‘우리 기관이 변화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우리 기관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는 분명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바뀔 것이라 확신한다.


공직자로서의 청렴은 비단 부정부패를 멀리하는 것뿐 아니다. 뇌물을 받지 않고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우리 기관도 고객으로 돈을 받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만큼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청렴’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한다. 최근 경영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ESG경영이 ‘본연의 업무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경영’인 것처럼, 우리도 공직자로서 맡은 바 업무를 기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처리하는 것도 청렴이다. 우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우리는 국민들의 삶이 더 윤택하게 만들고, 국민들이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국민의 봉사자들이다. 때문에 우리의 맡은 바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위한 것이다.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다. 즉 공직자로서 일을 기피하지 않는 성품과 행실, 그리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업무처리가 바로 공직자로서 청렴인 것이다. 우리는 공직자다. 국민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다가가고, 내가 하는 일로 우리 국민과 국가가 발전할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그 자체가 청렴 실천의 첫걸음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제가 하겠습니다”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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