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첨과 칭찬

by 다퍼주는 손과장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나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집 베란다에서 캠핑의자에 앉아 빗소리를 한참 동안 듣고 있는다. 투툭투툭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 든다. 빗소리가 좋은 것은 빗소리 자체의 특유의 음률이 좋아서겠지만, 가끔씩만 들을 수 있기에 빗소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매일 비만 내린다면, 그 좋아하던 빗소리도 얼마나 지겨울까. 좋은 소리, 좋은 말도 자주 듣고, 매일 접하게 되면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 상대방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한 칭찬도 그렇다. 칭찬을 남발하면 그 가치와 효용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현대 인터넷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넷스케이프(Netsacape) 공동 창립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레드 팀(Red Team)’애찬론자도로 유명하다. 레드팀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반대편에서 취약점을 예측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들 비판만 하는 레드팀이 팀원들의 사기저하를 불러올지 않을까 하는 우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레드팀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진 팀원들은 더 강력한 의견을 소유하게 되고, 종국에는 모두가 자신과 상대, 회사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그것은 조직의 큰 성장을 불러온다”라고 마크는 말한다. 만약 모든 팀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좋은 면만을 말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수많은 변수에 의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마크는 강조한다.


역사 속에서도 왕의 눈과 귀를 막고 듣기 좋은 말만 전하다가 나라를 멸망에 빠트리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간신으로 꼽히는 임사홍과 임숭재는 연산군 곁에서 아첨으로 권력을 얻고 결국에는 왕을 패악의 군주로 만들었다. 당나라 현종 시기 정치가 이임보는 아첨과 감언으로 왕의 신임을 얻어 재상까지 올랐고, 왕의 눈과 귀를 막고 나라를 좌지우지했으며, 결국 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이임보를 빗대어 ‘꿀처럼 달콤한 말을 하지만 뱃속에는 칼을 숨기고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구밀복검(口蜜腹劍)’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이다.


우리 주변에도 항상 칭찬만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헤어스타일, 같이 생활 속 작은 변화뿐 아니라 보고서작성, 프로젝트 기획 등 업무적으로 중요한 사항도 항상 칭찬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그 사람은 당신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서로 도와가는 게 사회고 인간관계다. 한두 번이 아닌 계속되는 칭찬은 당신을 게으르고 소홀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당신의 실패 확률을 높일 것이다.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것은 가끔의 칭찬과 잦은 지적일 수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칭찬은 상대방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태도를 변화시키며, 성장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는 것처럼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습관적으로 계속되는 칭찬이 아닌 구체적인 칭찬, 거짓 없는 칭찬을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매일 접하면 그 특별함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칭찬 역시도 진짜 필요한 시기에 진짜 필요한 내용으로 전해야 한다. 가끔씩 듣는 진심 어린 칭찬은 상대방과 나를 더 돈독하게 만들고 서로 발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내가 가끔씩 듣는 빗소리로 위로를 받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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