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좋아하는 법, 사서의 일
그는 늘 도서관 업무는 두시 전으로 한 채 서가 구석에 앉아, 때로는 창가에 서서 책을 읽거나 대출 카드에 낙서를 할 뿐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닿지 않는 유일한 공간인 도서관은, 말이 없고 사람과의 관계에 서툰 이츠키가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장소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던 열아홉의 나는, 내게도 저런 곳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사서의 일> 중 83쪽
D 장인은 "집중하느라 배도 안 고팠어요"라고 답한 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이거 은근 재미있는데요. 내년에도 또 불러주세요." 그러고는 씩 웃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진심에서 우러난 미소였다.
<사서의 일> 중 175쪽
지난 10여 년의 세월 동안 이 작은도서관에서 내가 사서의 일을 무사히 해올 수 있었던 건, D 장인처럼 자원봉사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돕는 일"이라는 국어사전의 정의 그대로, 그들은 지혜의 집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재능기부를 해준다. 본업이 있는 데도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여 강의를 기획하고, 쉬는 날 도서관에 나와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사서의 일> 중 176쪽
글을 쓰는 일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삶을 돌아보며 나를 스쳐 간 무수한 인연을 기억하는 일. 내게 글쓰기는 그런 의미였다.
<사서의 일> 중 207쪽
변방의 북소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자나 깨나 책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책을 깊게 읽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러다 점점 확신이 차올랐다. 내 평생의 취미는 읽고 쓰는 일'이 되겠구나, 하는.
<사서의 일> 중 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