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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Oct 09. 2020

엄마의 장례식 2.

가족들은 검은색 개량한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사촌오빠들은 화환과 부조금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푯말 옆에서 조문객 방명록을 맡았다. 엄마의 뜻에 따라 화환과 부조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베푸시고, 항상 따뜻하게 대하셨던 엄마는, 주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만족하셨던 분이셨다. 엄마는 지인분들의 경조사를 항상 챙기셨고 축의금과 부조금도 넉넉히 하셨지만, 마음을 표현하실 때 그것을 언젠가 받아야 한다는 기대는 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가족장 + 엄마의 친한 지인들 및 운구를 도와줄 동생의 친구들 6명 정도로에게만 소식을 알렸다. 첫날인데도 손님분들이 많이 오셨고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이 모든 것이 아직도 현실이 아닌 것만 같은데.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상주로 있는 내가 너무 낯설고, 이젠 없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가 안타깝고, 그냥 다 놓고 울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놀랄 정도로 엄마에 대해 많이 배웠다. 엄마는 내가 알던 나만의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누군가의 자매, 형제였고, 지인이었고, 친척이었고, 동료였고, 상사였다. 엄마의 삶과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 너무나도 감사했다. 엄마를 사랑해주고 그리워해 주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걸 엄마는 몰랐을 것 같은데... 내가 얼른 알려주고 싶은데, 엄마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시선이 닿는 곳마다 엄마가 있었다. 웃으면서 나를 보는, 이제 그만 울라고 하는 엄마가 있었다. 


이미 아빠의 장례식을 치렀던 동생은 (나는 먼 나라에서의 학업 때문에 아빠의 장례식에 갈 수 없었다.), 둘째 날이 가장 힘들다고 나에게 넌지시 귀띔해 주었다. 나는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장례식장에 딸린 방 안에서 한두 시간을 잤는데,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서 밤 동안 몇 시간을 잔 동생은 엄마가 꿈에 나와 자기를 안아주었다고 했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나도 영정사진 앞에서 이튿날 밤 몇 시간을 잤지만 예상대로 내 꿈에는 나와주지 않았다. 


넷째 이모는 내게 엄마는 이미 천사를 만났고 엄마의 "영"은 영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곳으로 갔다고 했다. 엄마는 이 세상에는 아무 미련이 없다고 했다. 이모부는 "새 땅과 새 하늘을 보았느라"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내게 이 말씀은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다. 


마치 3시간 같던 삼일장의 마지막 날 아침은 드물게 청량한 가을 날씨, 가을 하늘이었다. 장례식장을 떠나 엄마와 함께 화장터로 가는 리무진 안에서 나는 짧고 깊은 잠을 잤다. 집안일도 잘 못하는 다 큰 딸이 이런 큰일을 잘 해냈다며 뿌듯해하는 엄마,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엄마, 이제 괜찮다고 하는 엄마가 느껴졌다. 계속 잠을 못 잤는데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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