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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Oct 09. 2020

엄마의 장례식 1.

엄마가 병원에 계셨던 마지막 7일 동안 나는 집에서 꼼짝없이 자가격리를 했다. 몸과 마음이 철저히도 각각 다른 곳에 있던 7일이었다. 자가격리 중에도 상주로써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곳을 사방팔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엄마가 입원해있던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아무리 코로나 증상이 없고 지역 보건소에서 장례를 위한 면제를 며칠 받는다 할지라도 해외입국 자가 격리자는 장례식장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가슴이 미어졌다.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던 중, 방 안에 자가 격리자가 쓸 수 있는 화장실이 딸려 있는 호실이 있다면 보건소에서 장례를 위한 자가격리 면제 확인증을 받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엄마의 시신이 그곳으로 옮겨지고 장례식장이 셋업 되는 동안 나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면제 확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이모와 상조회사 팀장님과 번갈아 통화를 하며 엄마의 장례식을 위한 준비를 했다. 


"꽃장식은 가장 화려하고 좋은 걸로 부탁드려요."

"장례지도사분은 여성분으로 부탁드릴게요."

"엄마가 쓰시던 립스틱을 가져갈게요. 너무 빨간색은 안 바르셔서요."

"보라색 펄이 들어간 셰도우를 자주 쓰셨어요."

"화장은 옅게, 영정사진처럼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머리 모양도요."

"입관을 위한 꽃장식은 난초꽃으로 가능할까요?" 


혼이 나간채로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또다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한 곳에는 끝과 끝까지 채운 3단 국화꽃 장식 사이 그토록 그리웠던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영정사진은 작년에 여권사진을 찍을 때 사진관에서 추가로 찍어준 사진이었는데, 평소 사진 찍기를 싫어하셨던 엄마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 나에게도 기분좋게 한 장을 주셨던 사진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분주히 장례식을 준비하는데 나는 혼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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