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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Oct 06. 2020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지난 일주일간 멜라토닌을 먹고 억지로 잠을 청했었는데, 왠지 그날 밤은 멜라토닌에 손이 가지 않았다. 샤워를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해서인지 잠을 계속 못 잤는데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렇게 뜬 눈으로 누운 채 몇 시간이 지나고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벨이 울리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받은 전화 너머에는 이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


이미 알고 있던 일이 일어났지만 이런 소식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가슴이 미어져 땅속으로 꺼지고 머리가 지구에 깔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 자가격리 중이라 병원으로 당장 뛰어갈 수도 없었다. 살아계실 때 그 누구에게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아픈 모습,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던 것처럼, 엄마는 떠날 때에도 혼자였다.


오열하다 받은 비디오톡에는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이모들, 삼촌, 사촌들의 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이미 하얗게 변한 엄마가 있었다. 오랫동안 물고 있던 산소호흡기 때문에 입술에는 상처가 있었고, 왼쪽 목에는 그동안 꽂아 놓은 두꺼운 주삿바늘 때문에 생긴 구멍에서 흐르는 피를 막기 위해 붙여놓은 듀오덤이 보였다.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고 엄마가 떠날 때에도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비디오톡으로 점점 더 하얗게 변하는 엄마를 보며 울부짖었다. 귀가 가장 늦게 닫힌다 하여 우리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삼키며 엄마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바로 엄마의 장례를 위한 자가격리 면제를 받기 위해 보건소에 연락을 취했다.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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