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anna 리애나 Oct 07. 2024

전 세계 행복순위 10위 호주

호주에서 사는 건 행복할까?

호주살이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의 모국인 한국과 남편의 모국인 남아공 중 앞으로 살 나라를 결정할 때 뜬금없이 호주로 가자고 제안했다. 워킹홀리데이로 다녀온 호주의 행복했던 기억이 강렬했기에 우리의 모국을 모두 제치고 아무 연고도 없는 호주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5년 동안 영주권을 받기 위해, 학교 졸업을 하고, 필요한 영어점수를 위해 몇 번이고 영어시험을 치고, 일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몇십 몇백 번의 지원공고와 인터뷰를 거치며 행복한 워킹홀리데이의 호주는 저 먼발치로 사라져 갔다.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 탓이었을까? 나에게 호주는 더 이상 살고 싶은 나라가 아니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다음 정류장에 버스 기사님이 버스를 멈춰 세우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잠시 쉬는 시간인가? 어디 가시지? 기사님이 버스 바닥에 손잡이를 들어 올려 인도와 버스를 잇는 다리를 만든다. 버스에서 내려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전동 휠체어를 탄 승객분이 들어온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승객들이 뒤로 이동해 앞 좌석을 비우고 의자를 모두 접어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를 만든다. 휠체어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승객분이 엄지를 치켜들며 Thank you라고 말한다. 버스기사님은 승객분의 위치를 거울로 확인한 후, 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내가 잊고 있던 호주에 살고 싶은 이유가 다시 떠올랐다. "여유로움과 배려" 호주에서는 이런 풍경이 흔하다. 버스를 타면 승객들이 완전히 앉을 때까지 기다린 후, 버스는 출발한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 땐 차가 멈춰 선다. 가게에 들어가고 나올 때 뒤에 사람이 오면 문을 잡아준다.




가끔 한국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본다. 30대 남자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요? 20대 후반 워킹홀리데이를 가기엔 너무 늦었나요? 모두들 어떠한 보이지 않는 기준에 맞춰서 사는 한국과 달리 호주는 다양한 인생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40대도 50대도 심지어는 60대에도 원한다면 직업을 바꾸고 새로 취업하는 것도 가능하다. 누구도 나의 나이를 궁금해하지 않기에 나이에 따라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없다. 그래서 남의 인생이 성공했다 실패했다 평가하는 사람들조차 없다. 나는 나이고 그들은 그들이기에.


나라별 전 세계 행복순위를 매긴 조사가 있다. 호주는 여기에서 10위에 안착했다. 

출처: World Happiness Report 2024

상위권에 안착한 국가들은 대부분 개인주의 국가들이다. 행복순위가 낮은 우리나라와 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집단주의 국가들이다. 어떠한 정답이 정해져 있고 그 정답과 다른 길로 가면 틀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주의 국가에는 정답이 없다. 너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그 누군가의 인생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옳은 인생이다.

 

물론 호주의 단점도 많다. 하지만 치열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호주라는 나라의 장점이 이제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내가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으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나라가 호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영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