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일주일 남겨두고 쓰는 1월 행복

by 예쓰비


사실 초등학교 이후 아무도 내게 일기 쓰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마땅히(?) 기록에 소홀한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연말에는 늘 의미 있던 무언가를 기록해두고 싶었는데 이미 잊힌 기억들이 갑자기 발에 차일 리가 있나.


그래서 올해부터 야심 차게 시작한 월간 기록

사실 월초에 쓰려다가 이루지 못해서 시원하게 30일을 미뤄버린 건 안 비밀

근데 월말 기록도 꾸준히 기억해두지 않으면 흘러가버리더라고

이렇게 연쇄작용으로(?) 달▶주▶일까지 꾸준한 기록을 욕심 내게 되는 걸까.


기억을 위한 기록으로 한 줄은 너무 짧기에 더 풀어두기로.





1월 노래 : 헤르쯔아날로그 - minimal warm


https://youtu.be/qbBQEBYW3_E?si=zSSeafZYG7Tf8OZg


난 원래 겪어야만 믿는 편이라

엔간하면 변치 않는 쇠고집이라

한번 푹 빠지면 난 그것뿐이라

네가 보기엔 좀 답답할 수도 있어


늘 보내고 나면 내가 자각한 호오보다 짙은 호오. 이제는 반드시 제때에 알아 차라리



1월 도전 : 운전면허

스무 살에 면허 안 따면 면허 딸 때까지 '스무 살에 면허딸 걸'하게 된다면서?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올해는 꼭 D에서 G로 가는 DG몬이 되고 말 거야.



1월 독서 : 1월의 책, 죽고 싶은 김승일

작년에는 매월 1일에 '계절산문'을 읽었었고, 올해는 시의적절 시리즈 읽으려고 했는데 여기도 1월이 있지 뭐야.


오늘은 일어나서 울지 않았다.

마음이 허한 것도 조금 줄어들었다. 그런데 저녁이 오니 다시 괴로웠다. 저녁이구나.

저녁이 그렇게 하는구나.

저녁이라는 단어만 썼는데도 벌써 가슴이 아프다.

예전엔 손바닥에 구멍이 난 것처럼 아팠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그냥 눈물이 넘치는 것 같다.


왜인지 여전히 이 문장 앞에서 자주 멈추게 된다.



1월 문장

내게 사랑은 늘 다른 곳에서 다르게 살고 싶은 도망의 다른 이름이다.

혹은 다른 곳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망명의 다른 이름이다.

나는 그걸 시라고도 부른다.

/정끝별, 1월 5일 단짝과 단편들


나답고 싶었을 때 나답지 못했고 나답지 않아야 했을 때 나처럼 군 기억들이 가득한 1월

그래서 사랑이 도망갔나



1월 사람 : E친구들, NELSON

바쁘지 않으면 생각하기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해야 생각이 멈춰지는 걸 알아도 선약을 잡을 줄 모르는 나한테

서운해하지 않고 늘 만나자고 해줘서 고마워


정말 오랜만에 가는 제주도, 제주도라서 그랬나 갑자기 꿈에 나온 너

훌륭한 어른이 못 돼서 남아있는 미안함이 있었나 봐

제대로 인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네가 어디서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1월 성취 : 만다라트

2019년 이후로 오랜만에 채워본 만다라트

무려 6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는데 왜 내용 차이가 별로 없죠?

12월에 몇 개나 동그라미 칠 수 있을까



1월 소비 : 제주 여행

사람 주제에서도 살짝 나왔지만, 1월 3개 주가 3년인 양 한 주마다 크게 흔들렸었는데

환기하기 딱 좋았지 뭐야

아직 결혼 안 한 친구 있어서(?) 호기롭게 설 당일에 출발하기

을사년은 나를 을마나 사랑해 주려나?



1월 순간

이거 사실 가게 주인(아르바이트) 분의 착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민증검사가 즐거운 나이가 되어버렸다네요.

근데 내 민증 만든 지 벌써 1n 년 지나서 보여줘도 의심의 눈초리로 봄..

저 맞아요



1월 영상

하 이제껏 1월 ○○들을 써왔지만, 사실 아직 12월 56일 정도 느낌인 것 같아

"저 대통령 좋아했습니다. 시키는 거 다하고 싶었습니다."가 왜 영화가 아니고 국조특위에서 나오는 건데!

아무튼 기승전결이 완벽한 서사와 발성을 가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나 대신 면접 봐주면 참 좋겠다



1월 음식 : 딱새우

딱새우는 진짜 맛있는 걸 보면 참 착한 친군데 왜 육지에서는 (가격이) 안 착한 친구가 되는 걸까요.



1월 장소 : 삼달리, 안돌오름

부끄럽지만 내 꿈은 정은궐 혹은 임상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목표에 미처 닿지 못했을 때마다 꺼내보는 오정세 배우의 '동백꽃 필 무렵' 수상 소감


드라마, 영화, 연극, 단편, 독립영화 매 작품마다 하나 할 때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어떤 작품은 위로받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그 깨달음을 같이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한 100편 넘게 작업을 해왔는데요.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는데요.

그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은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 보면은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그리고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는

또 그분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은 평소에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못 알아준다고 생각을 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달리에서 동백이랑 보니까 더 좋더라고. 그래 언젠간 만나겠지!

안돌오름은 사실 풍경 자체는 다른 유명 오름들에 비하면 애매하긴 했다.

근데 힘들게 올라가느라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어서 개운했어.



1월 한마디

그게 왜?!

그러게, "그게 왜?"하고 밀어붙여봤어야 후회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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