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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니 Apr 27. 2023

필리핀 마닐라 팍상한 투어

육체노동의 정수앞에 경건해지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듯 상류까지 배를타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서야 시원한 폭포수를 만날수 있는 팍상한 투어.


앞뒤로 두명의 뱃사공이 세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노를 젓기도, 발로 돌을 딛이기기도, 두 팔로 배를 들기도 하며 아주 오랜시간동안 강물을 헤치고 나아간다.


우리배의 사공은 내 동생과 동갑인 21살짜리 청년과 그의 아버지 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부자가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육체노동을 하고 있었다.


체온을 식히려 틈틈이 강물에 몸을 담궜다 빼길 반복했고, 배에 가만히 타있기만해도 땀이 비오듯 흐르던 나는. 이 편안함이 민망했다.


이 투어가 끝난후 팁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우물쭈물해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의 표정을 주제넘게 상상해보기도 했다.

강가로 보이는 팍상한의 원주민들과, 티없이 맑은 얼굴로 발가벗고 수영하던 아이들과, 기진맥진 노를 저으면서도 이웃들과 재미나게 수다떨던 뱃사공까지. 다양한 풍경들을 가만가만히 훔쳐보았다.


강의 상류에 도착해서는 뗏목을 타고 폭포수 아래로 들어간다. 보호 헬멧을 쓰고있어도 머리가 욱신거릴정도로 거센 폭포수가 마구 쏟아진다.


이 팍상한 폭포엔 1929년 2월,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도 다녀가셨다는데.

이 멀고도 싶은 산중까지 무슨 연유로 오셨을까?


정직하기 짝이없는 인간 육체노동의 정수앞에서, 우리가 건넨팁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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