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시작>이라는 글을 읽다가 다음의 문장에 크게 공감하였다.
“확고하게 말하고자 할 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학생을 가르칠 때나 학부모와 상담을 할 때나 또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하는 모든 교육 활동에서 내 생각과 감정이 앞설 때가 많았다. 비단 교육 활동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늘 경계해야 할 것이 나 자신만의 생각에 고립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만 우선시하다 보면 아무래도 학생과 학부모, 또는 동료 교사 등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소홀해지기 쉬운 법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만을 중요시하며 말할 때의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도취한 나머지 그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칫 이기적이고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요즘 표현으로 치면 ‘불통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자신과 소통하고 있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살피는 것이다. 그것이 전제된 후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같은 부분에 대해 공감을 표현하고 함께 결론에 이르는 방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 먼저 주의 깊게 듣고, 묻는 태도가 우선이고, 표현하고 말하는 것이 후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던 시절,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내 생각과 감정이 앞서 나도 모르게 크고 작은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 때로는 내가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무심히 넘어갈 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그제야 ‘아차’ 싶어 후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지금도 내 감정과 생각보다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배려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교사라면 이러한 태도를 갖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가르침의 자산이 될 수 있기에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화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는 무엇일까? 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보통의 대화는 주로 질문과 대답으로 진행된다. 서로 어떤 질문을 주고받느냐에 따라 즐거우면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지루하고 겉도는 형식적인 대화로 끝나기도 한다. 좋은 질문은 대화를 편안하게 끌어내면서 상대가 자연스럽게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여 본질에 닿게 만든다.
특히 학부모와의 대화는 자칫 서먹서먹한 분위기에서 형식적인 이야기만 오갈 수 있다. 이때야말로 질문의 힘을 발휘할 때다. 좋은 질문은 학부모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줄 수 있다. 학부모 상담에서 대화의 주요한 화제는 거의 ‘학생’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저 사담이나 나누려고 학부모 상담을 하는 교사는 없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학부모 상담에서는 주로 학생의 평소 관심사나 장래 희망, 힘들어 하는 것, 기뻐하거나 좋아하는 것,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강점이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랑스러워하는 일 등이 주요 화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은 학부모로 하여금 교사가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신호가 된다.
“정수는 집중력이 참 좋아요. 어릴 때도 그랬나요?”
“민지는 독서를 좋아해요. 집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요?”
이러한 사소한 질문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고, 아이에 대한 좀 더 깊은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신뢰와 배려 받는 기분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학부모 또한 고민을 포함해 진솔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계시니 좋은 부모이십니다.”
학생에게만 격려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부모에게도 격려의 말은 꼭 필요하다. 격려의 말은 마음을 배부르게 하며 영혼의 산소 같은 역할을 한다”. 배불리 잘 먹었을 때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은 무엇인가? 마음이 편안하고 느긋해서 너그러워진다. 산소가 풍부한 숲에 들어가 거닐 때는 또 어떠한가? 상쾌한 기운에 정신이 맑고 또렷해지며, 가슴을 활짝 펴고 어깨가 절로 펴진다.
좋은 질문에 이어 대화의 문을 여는 두 번째 열쇠는 바로 대화의 시작에 편안함과 상쾌함을 주는 격려의 말이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가 예민하고 초조하거나 긴장해 있다면 정상적인 듣기와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로는 대화가 제대로 진전될 리 만무하다. 이럴 때 격려의 말은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통해 어느새 긴장과 초조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아무 말이나 던져서는 곤란하다. 대화 상대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고 기대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말이어야 한다.
이렇듯 학부모와의 대화의 시작에서 교사가 적절한 질문과 격려의 말을 건넬 수 있다면, 한층 훈훈한 분위기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