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목해야 할 감독 위라세타쿤의 영화<엉클 분미>

by 화니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영화감독이다.

타이 출신으로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2004년 <열대병>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면서 단숨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2010년 <엉클 분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가 씨네21에 실려 있어서 유심히 읽었다.


타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 라오스, 캄보디아와 인접해 있고, 이들 나라와 뿌리를 공유하는 나라이다. 6,70년대 공산주의가 라오스와 메콩강을 통해 들어오자 학교에서는 이웃 국가에 대한 증오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청소년기에 방콕에 가면 북쪽에서 왔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북쪽 이야기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와 너무도 닮았다)


위라세타쿤이 말하듯 우리는 교실에서 프로파간다를 배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현실과 픽션 사이의 유동성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정보와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기억과 신념을 변형시킨다.

타이 사람들은 잘 웃는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그들은 부자고 항상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국민이라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조차 거의 자동으로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직시하려면 눈을 아주 크게 떠야 한다고 말한다. 웃으면 현실을 직시할 수 없다. 그가 말하듯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과 역사 속에서 살고 있다. 눈을 감고 더 나은 현실을 꿈꾸기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때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미몽 속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분미>는 스토리를 따라가면 감상에 실패하는 영화다. 이 영화의 목적은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 주목한다. 인간관계의 허구성을 파헤치면서 본질을 찾으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궁극적으로 감독이 하고 싶어하는 말은 환상에 집착하는 삶이 아닌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분미는 죽음을 앞두고 처제를 초대한다. 마지막 남은 며칠동안 가까운 사람과 지내고 싶고, 또 농장이나 재산을 처제에게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처제가 가장 가까운 사람일 정도로 그는 관계에 실패했다. 아내는 19년 전에 죽었고, 외아들도 6년 전에 떠났다. 그런데 분미 앞에는 죽은 아내의 영혼이 나타나고 오래 전 잃어버린 아들은 원숭이 유령으로 등장한다.


처제는 관계를 알 수 없는 통이라는 청년과 함께 온다. 그들의 관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여기에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는 분미와 저체인 젠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젠은 분미가 죽자 그를 위해 추모책자를 발행해야 하는데,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걱정한다. 그러자 딸은 그냥 지어내라고 한다. 결국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믿어왔던 것이다.


그들이 맺은 관계는 믿는 것일 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분미에게 오직 정직한 것은 푸른나무와 풀벌레 소리 아니었을까?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존재하는 것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들과 정직한 생명적 관계를 맺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