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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Dec 24. 2019

수포자 문제에 대한 단상

올 여름 즈음 수학교육연구 동향과 관련하여 <인식에 대한 의사소통학적 접근방식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피아제와 비고츠키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쓰신 이동근 선생님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먼저 내가 “비고츠키는 ZPD에서 교사의 존재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교사 없이는 수학을 배울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 “꼭 그렇지는 않지만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음 질문으로 “그렇다면 수포자는 교사의 책임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해서는 한참을 서로 논쟁하다가 역시 “교사가 매우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초학력과 수포자 문제가 언론에 등장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게임 이론에 의거한 음모론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사들이 일정 정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교사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교사들이 먼저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것만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수학이 논리적 사고에 있어 필수적인 학문이라면 아이들이 쉽게 포기하도록 놔두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는 그것을 너무도 쉽게 포기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문제다.  


아무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고 지원 또한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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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학교육 동향 (이동근. 2019)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인식에 대한 의사소통적 접근방식에는 상통하는 부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양면이 있다. 이 때문에 상통하는 부분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는 인식에 대한 의사소통의 접근방식에 대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고,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에서는 최근 수학교육 연구 동향과 결부하여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인식에 대한 의사소통학적 접근 방식의 공통점

피아제와 비고츠키 양쪽 모두 인지 변화는 끊임 없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본다. 우정호(1998)에 의하면, 피아제는 논리 수학적 개념을 행동과 조작의 일반적 조정으로부터 반영적 추상화를 통해 형성된 조작적 쉠으로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아제는 수학교육에 있어 활동적 학습을 통해 조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갈등 상황을 통한 반성 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즉, 교사는 학습자의 인지 발달 수준 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을 도구로 학생과 의사소통을 하게 되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학생의 논리 수학적 개념을 발달 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한 편, 공적담화의 내면화를 거친 내적담화를 거쳐 사고의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비고츠키 역시 언어를 통한 상호작용(의사소통)을 통해 개념 학습이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 (Vygotsky, 1962, 재인용)


둘째,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인식에 대한 의사소통학적 접근 방식의 차이점

피아제와 비고츠키 모두 의사소통을 통해 인지 발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의사소통의 역할에 대한 관점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피아제는 혼자서 알아낸 지식만이 자신의 인지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 조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물리적 도구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반면에 비고츠키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형식적 사고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 차는 의사소통의 역할에 대한 관점 차이로 연결된다. 피아제는 수학적 사고과정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담화 즉 수학은 담화에서 표현된다는 이원론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비고츠키의 경우는 수학은 담화의 한 종류라는 비이원론적 관점에서 수학적 사고 과정은 자기 중심적 담화 안에서 이루어 진다고 보고 있다.

번안하면, 피아제는 언어를 도구로한 의사소통이 인지 발달의 원천이라기 보다는 인지 발달의 부산물이라 보고 있고, 비고츠키는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 즉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자체가 인지 발달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따라서 비고츠키에게 있어 의사소통은 인지발달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비고츠키의 의사소통학적 접근 방식과 최근 수학연구 동향

Steele(1999)은 비고츠키의 이론이 수학교육에 적용 가능한지 살펴보는 연구에서, ZPD 영역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연구의 수준을 넘어,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존재(교사)와 학생 사이의 ZPD 영역에서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Corwin외 2인(1996)의 경우는 교사가 학습에서 의미 있는 상황을 얻기 위해 수업 활동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말로 표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 이 역시 언어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학생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학습을 도울 수 있다고 본다. 한 편, Bishop(2001)은 교수과정에서 교사의 가치가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을 지적한 연구로서, 수학교육에서의 의사소통이 수학적 지식외의 다른 사회․문화적 요소(교사의 가치)가 전달됨을 밝히고 있는데, D'Ambrosio(2001), Tate(1995) 역시 수학교육에서 의사소통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요소가 전달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서 수학적 의사소통이 진행되어야한다는 대목은 비고츠키가 주장한 공적담화로부터 내적 개인담화로 내부화한다는 것과 관련지어 새로운 의사소통 접근 방법에 대하여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즉, 학생들의 사회․문화가 변화되었다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 접근방식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현재 학생을 둘러싼 사회․문화 혹은 현실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Ball(1991), Kazemi(1998) 등의 교사의 담화에 관한 연구나 David Rock외(2000), Picker외(2001) 등의 수학(자)에 대한 학생들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이들의 연구는 학생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교사의 담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학생들은 수학(자)에 대하여 특정한 사람들이 종사하는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를 알려주며, 이는 의사소통 접근 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수학교육 현장에는 새로운 의사소통 접근 방법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비고츠키의 의사소통학적 접근 방법에 대한 이론이 이들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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