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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May 04. 2020

요리를 욕망하다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 뛰어나 정원사이기도 한 마이클 폴란은 개인적 질문에 대한 대답이 실상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요리다. 개인적 질문의 예를 들면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10대 자녀와 잘 지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좀 더 개인적인 질문도 있었는데 “일상 속에서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 인간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와 같은 것이다. 숲 속에 들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 해 볼 수도 있지만 주방에 들어가기만 해도 훨씬 재미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요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식품산업에 자신의 요리권을 넘긴 이후로 사람들은 자신이 요리하는 시간보다 TV에서 남들이 요리하는 걸 더 많이 쳐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사실 다른 사람이 요리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주로 누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대부분 남자들은 더욱 더 그랬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부엌에서 어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행복하게 지켜본 기억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무슨 요술을 부리듯 어머니가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 내가 원하는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시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리는 만드는 재료 이외에도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라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요리사는 바로 그러한 작은 드라마를 이끄는 주역들이다. 요리가 점차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요리사가 하는 일의 이름과 질감에 이끌리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무미건조한 일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만족스러운 일이다.      


요리사들은 실재를 다룬다. 키보드나 스크린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 그리고 곰팡이 같은 근본적인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물과 불, 흙과 공기와 같은 태고적 원소들과 함께 일하며 이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최상의 맛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TV에서 우리가 요리 만드는 장면에 열광하는 것은 요리에 우리가 정말 그리워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요리하는 것에서 문화가 탄생한다면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것에서 우리가 어떤 감흥을 느끼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닌 것이다.      


1773년 스코틀랜드 작가 제임스 보스웰은 “요리하는 짐승은 없다”면서 호모 사피엔스를 요리하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레비스크로스는 1964년 <날 것과 익힌 것>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 대다수 문화의 시작이 비슷하다며 요리를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입증’하는 상징적 활동이라고 보았다. 요리는 인류문명의 메타포였던 것이다.      

요리가설에 따르면 조리한 음식으로 인해 인류는 에너지 집약적이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그로 인해 뇌가 커질 수 있었고 진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요리로 인해 인류는 작은 소화기관으로 에너지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독소를 제거함으로서 식량공급원에서 다른 동물들의 손에 닿지 않는 귀중한 에너지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당량의 시간을 모으고 씹느라고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필요성에서 해방되어 문화창조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리가 인간의 정체성과 문화에서 중추적 역할을 달성했다면 오늘날 요리행위가 일상에서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 생활방식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실재로도 그렇다. 요리하는 과정 상당부분이 상업화되면서 여성이 자유로워졌고, 식단이 다양화됨으로서 요리에 서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매일 저녁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누리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상업화 된 요리로 인해 우리의 건강과 참살이가 많이 나빠져 버렸다.      


우리의 삶에서 요리를 다시 일상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그것은 전통적으로 음식이 만들어져온 실재 과정을 익혀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리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더라도 조리법대로 즐겁게 만들기만 한다면 누구나 요리를 그럭저럭 완성할 수 있다. 점점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머리를 쓰지 않더라도 기분 좋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몽상에 빠지고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일상의 영향력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나날의 쟁투가 끝나면 돌아갈 수 있는 근거지로서 늘 변하지 않는 일상과 습관적인 것들을 더 필요로 하게 된다. 요리도 그 중의 하나다.

* 주말에 김치 담그기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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