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뵐
조그만 항구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 때 이곳으로 휴가를 온 사업가가 아름다운 풍광을 담으려고 사진을 찍다가 어부를 깨웠다. 두 사람은 고기잡이 근황과 이 지역의 노동관 등을 주제로 이런저런 농담을 나누었다. 가난한 어부가 하루에 단 한 차례만 출어를 하고 남은 시간을 빈둥거리며 쉰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자는 그 사업가적 야심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두 번, 세 번 출어를 하지 않는 겁니까? 그럼 곱절 아니 세 배로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요"
어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체 그렇게 일해서 무슨 소용인지 아이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바심이 난 사업가는 어부에게 일장훈계를 했다.
"그럼 늦어도 1년 뒤에 당신은 모터보트를 살 수 있을 거요. 2년 뒤에는 보트가 두 척으로 늘어나겠죠. 3년이나 4년 뒤에는 아마도 작은 어선을 누릴 수 있을거요. 두 척의 보트와 한 척의 어선이면 당연히 훨씬 더 만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겠죠."
워낙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는 통에 부자의 목소리는 쩍쩍 막혔다.
"그럼 작은 냉동창고를 지을 수 있을거요. 잘만 하면 훈제 생선 공장과 커다란 생선처리 공장까지 마련할 수도 있어요. 그럼 자가용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어디에 물고기 배가 있는 지 알아내 무전으로 어선에 지시를 내리는 거죠."
신이 나서 떠드는 부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부는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부자는 여전히 열띤 얼굴로 주워섬겼다.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는 피식 웃었다.
"내가 지금 바로 그러고 있잖소."
그리고 어부는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덧붙였다.
"그 셔터 누르는 찰칵 소리만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이 이야기는 자신의 사는 법을 잃어 버리고 '성장중독'에 빠진 현대사회를 꼬집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부가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라고 하는 대목은 자못 유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엇을 위해 질주하고 있는지 모르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가하는 통렬한 질책이기도 하다.
유동하는 근대라는 말로 유명한 지그문트 바우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끝임없이 방황하는 사냥꾼에 우리를 비유했다. "잡느냐, 먹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현시대의 행동수칙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