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어제보다도 더 일찍 눈을 떴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8시이니 아직 몸이 시차적응을 하지 못했나 보다. 오늘의 조식은 반미와 과일 요거트. 요일별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어 조금 색다른 조합을 시도해 봤는데, 달랏의 아침 식사는 실패가 없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그랩(Grab)을 불러 다딴라 폭포로 향했다. 다딴라 폭포는 시내에서 약 10km 떨어진 인기관광지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40분 정도 이동했는데 택시비는 87,000동(약 4,700원). 한국이었다면 기본요금 수준이었을 금액에 새삼 베트남의 물가를 실감했다.
폭포에 도착하니 울창한 소나무 숲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반겨주었다. 맑은 물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 뒤, 전망 좋은 매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빛 풍경 덕분에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딴라의 하이라이트는 루지 체험이다. 1인당 10만 동의 입장권을 끊고 루지에 몸을 실었다. 속도 조절이 가능해 주변 숲을 감상하며 스릴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숲속을 가르는 기분이 꽤나 상쾌했다.
마지막 황제의 고독, 바오다이 여름궁전
돌아오는 길에는 바오다이 여름궁전에 들렀다. 고원지대인 달랏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휴양지로 사랑받은 도시인데, 이곳 역시 베트남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가 여름 휴식과 집무를 위해 세운 곳이다.
'궁전'이라는 화려한 이름에 비해 내부는 소박했다. 1930년대 프랑스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어진 관저 형태라 그런지, 궁전이라기보다는 식민지 총독의 관저 같은 인상을 주었다. 1층의 집무실과 2층의 생활 공간에는 당시의 가구와 사진들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근대 교육을 받은 바오다이 황제는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했기에 이 소박한 관저가 어쩌면 거창한 왕궁보다 더 편안한 안식처였을지도 모르겠다. 황제라는 무거운 이름 뒤에 숨겨진 그의 고독과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명운을 잠시 곱씹어 보았다.
궁전 주변은 경관이 좋아 고급 숙소와 레스토랑이 많았다. 산책하듯 걷다 발견한 베트남 백반집 'Com la chuoi'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메뉴를 시켰는데 돼지고기 요리와 야채볶음, 생선튀김이 곁들여진 정갈한 상차림은 우리 입맛에도 딱 맞았다.
종일 부지런히 걸은 탓에 묵직해진 다리를 이끌고 'Moon Spa'를 찾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소통이 편했고, 90분간의 아로마 마사지는 여행의 피로를 녹여내기에 충분했다. 마사지 후 뜨끈한 '퍼하우' 쌀국수 한 그릇으로 속을 데우고 나니 오늘 하루가 완벽하게 마무리된 기분이다.
바오다이 여름궁전 : 건물보다는 정원이 아름답다
베트남식 백반 : 오늘의 메뉴를 시키면 이런 음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