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2일차, 달랏의 굽은 길을 걷다

by 화니샘

달랏에서의 두 번째 아침. 1층으로 내려가니 주인장이 어제 미리 선택해 둔 조식을 내어준다. 베트남의 일상을 대변하는 음식인 반미다. 바삭한 빵 속에 담긴 소박한 재료들, 그리고 곁들여진 바나나와 진한 베트남 커피는 여행자의 아침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식사 후에는 음식값 정산도 할 겸 환전을 위해 시내로 나섰다. 이곳 달랏에서는 금은방이 환전소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데, 묘하게도 100달러 지폐를 다른 권종보다 더 우대해 준다. 200달러를 환전하고 어제저녁 식사비로 밀려있던 15달러를 34만동으로 정산했다. 주머니 속의 부채를 털어내고 나니 비로소 마음 편히 도시를 마주할 준비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본격적인 시내 탐방이다. 첫 목적지인 벽화마을은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조성된 작은 골목이었다. 아기자기한 홈스테이와 작은 식당들이 밀집된 그곳에는 벽면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골목은 평범한 일상에 예술이 덧입혀진 듯 따뜻한 풍경을 자아냈다.

안카페(An Cafe)로 이동하는 길에 위치한 토산품 가게에서 허브차와 말린 망고, 마카다미아를 샀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었지만 여행지에서의 충동구매는 때로 그곳을 기억하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갈림길 언덕에 자리 잡은 안카페는 그 명성만큼이나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시그니처 음료와 과일 요거트를 즐기며 잠시 숨을 고르니 어느덧 해가 머리 위로 솟아 있었다.

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크레이지 하우스까지 걷기로 했다. 달랏의 거리는 베트남의 여느 도시들처럼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분주했다. 길가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도시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다만 크레이지 하우스는 중심가에서 생각보다 좀 떨어져 있어, 다음에 방문한다면 택시를 타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듯싶다.


크레이지 하우스(항 응아 게스트하우스)는 소문대로 기괴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 가우디의 영향을 받아 자연의 곡선을 건축으로 형상화했다는 이곳은, '가우디'라는 수식어보다는 마치 거대한 나무속에 만들어진 환상적인 테마파크처럼 보였다. 정해진 루트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구불구불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예기치 못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뒤로하고, 시원한 코코넛 음료로 갈증을 달랜 뒤 그랩(Grab)을 불러 숙소로 돌아왔다.


이른 저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찾은 곳은 골드밸리 호텔 인근의 BBQ 거리였다. 골프장 근처라 그런지 유독 BBQ 전문점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활기가 넘치는 'NGOI BBQ'로 들어갔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소갈비와 삼겹살, 그리고 맥주 한 잔의 조합은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든든하게 먹고도 37만5천동이라는 합리적인 계산서를 마주하니 만족감이 밀려왔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 하루를 되짚어본다. 낯선 길을 걷고, 낯선 풍경을 눈에 담고,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행복한 하루였다.

크레이지 하우스, 다소 기괴한 건축이지만 구불구불한 계단을 걷다 마주치는 아기자기한 공간들은 나름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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