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4일차, 전설의 랑비앙산 가는 길

by 화니샘

달랏에서의 네 번째 날, 오늘은 '달랏의 지붕'이라 불리는 랑비앙(Lang Biang)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달랏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끄랑과 흐비앙의 비극적인 전설이 서려 있다. 하지만 여행자에게 전설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언제나 현실적인 비용과 이동의 기술이다.


오전 9시 30분, 그랩을 타고 산으로 향했다. 이동 중 기사는 노련하게 말을 건넸다. 돌아올 때는 차를 잡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니, 본인이 기다렸다가 다시 태워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처음엔 관광지 특유의 상술이 아닐까 의심하며 머리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지만, 이내 이 낯선 산속에서 고립되는 것보다 약간의 비용을 더 내고 확신을 사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실제로 산 입구에 도착해 보니 기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그랩을 잡으려 애쓰는 것은 아마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망막한 일이었을 것이다.


랑비앙산은 '등산'이라기보다 '관람'에 가깝다. 1인당 5만 동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다시 12만 동을 내고 정상까지 운행하는 지프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은 노련한 기사가 운전하는 지프차가 대신한다. 6명의 승객을 가득 채운 차는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약 15분간 힘차게 치고 올라갔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색다르다고 하더니 정상에서 내려다 본 달랏의 풍경은 사실 여느 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꾸며진 포토존들 사이로 보이는 시내의 전경은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주어진 45분이라는 시간 동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시간은 야속할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예약한 그랩택시 기사를 찾으니 20분만 기다려달라는 메세지가 왔다.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 차가 와서 다시 시내로 돌아와 리엔호아(Lien Hoa) 베이커리에 내렸다. 이곳의 반미는 속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기본은 2만 5천동이지만, 입맛대로 재료를 추가하다 보니 어느새 4만 2천 동짜리 반미가 손에 들려 있었다. 하지만 풍성해진 맛은 지불한 값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작은 귤 1kg(3만 5천 동)을 샀는데, 인생의 단면을 닮아 있었다. 어떤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지만, 어떤 것은 인생의 쓴맛만큼이나 맛이 없었다. 좋은 것을 고르는 안목이 여행에서든 삶에서든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귤을 먹으며 실감했다.

베트남의 연휴가 시작되면서 원래 계획했던 '구름 사냥(San May)'과 와이너리 방문 일정을 조정했다. 연휴 기간의 휴무를 고려해 시내에 머물며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박물관은 연휴에도 문을 열기 때문이다. 때로는 철저한 계획보다 상황에 맞게 멈추고 우회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저녁은 낮에 리엔호아에서 사 온 크로아상과 컵라면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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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비앙산에서 바라다 본 달랏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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