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5일차, 소박한 점심과 묵직한 저녁

링선사와 3D박물관

by 화니샘

달랏에서의 다섯 번째 아침, 9시에 눈을 떴다. 몸이 이곳의 리듬에 적응하고 있음을 느낀다. 서두를 것 없이 느긋하게 조식을 챙겨 먹고 길을 나설 채비를 마쳤다. 어제 저녁의 흔적들인 빈 생수통과 컵라면 용기를 비닐백에 정갈하게 담아 들었다. 사소한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며 나서는 길은, 이곳의 일상에 조금 더 깊숙이 발을 들이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쾌청했고, 간간이 떠 있는 구름은 평화로웠다. 따가운 햇살에 대비해 양산을 챙겨 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걷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시내에 위치한 링선사(Linh Son Pagoda)였다. 숙소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낯선 길을 천천히 관찰하며 걷기에 딱 좋은 거리였다. 베트남 사원 특유의 아담함과 화려함이 조화를 이룬 이곳은 주탑이 수리 중이라 조금 어수선했지만, 경내의 작은 탑과 잘 가꾸어진 정원은 그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요한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산책이었다.

사원을 나와 어제 Moon spa 사장님이 추천해 준 'Bun Thit Nuong Lien'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이곳의 비빔면은 단돈 4만동이라는 놀라운 가격만큼이나 맛도 훌륭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현지인의 맛이다.

식사 후에는 트레블러 카드로 현지 화폐 인출이라는 작은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VP Bank의 ATM기를 찾아 시도했는데, 다행히 수수료 없이 단번에 200만 동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자에게 시행착오 없이 이렇게 매끄럽게 진행되는 일처리는 그 자체로 작은 행복감을 준다.


오후에는 변경된 계획대로 시내의 3D 박물관을 방문했다. 한국 기업의 손길을 거쳤다는 이곳은 제주의 그것과 닮아 있었는데, 아이처럼 즐겁게 사진을 찍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부지런히 움직인 발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마사지 숍에 들렀다. 30분간의 발마사지는 가격(2만5천동)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오늘 하루의 노곤함이 발끝으로부터 씻겨 나가는 듯했다.

저녁은 숙소 근처의 'Hoa Tong BBQ'에서 해결했다. 이곳의 특산주라며 추천 받은 살구와인은 우리나라의 매실주와 닮은 친숙하고도 달콤한 맛이었다. 비비큐 요리는 준수했으나, 베트남의 일반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85만 8천동이라는 계산서는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비비큐 350,000동, 살구와인 125,000동, 밥 15,000동, 맥주 18,000동 총 858,000동)

하지만 기분 좋은 취기와 배부름, 그리고 순조롭게 보낸 하루의 만족감이 그 무게를 상쇄해 주었다. 그렇게 달랏에서의 또 하루가 평온하게 저물어갔다.

링선사 : 매우 한산해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내부 정원이 아름답다
3D박물관 입구 :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착시 현상을 이용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입체물처럼 보이게 꾸며놓은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Hoa Tong BBQ : 비비큐와 살구와인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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