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린커피 농장과 새해맞이 BBQ파티
오늘은 스쿠터를 대여하여 교외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여행에서 처음 해보는 일은 늘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숙소에서 하루 15만 동에 빌린 스쿠터에 내 몸은 빠르게 적응했다. 전기자전거를 타본 기억 덕분이었을까.
인간은 이동 방식이 바뀔 때 생각의 방향도 함께 바꾼다. 구글 지도가 안내하는 길은 친절했으나, 좁은 골목을 순례하듯 굽이굽이 안내하는 탓에 마치 지도에 끌려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큰길로 나오자 상황은 단순해졌다. 현지인들의 스쿠터 뒤를 쫓는 것만으로도 길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여행에서는 때로 '따라하기'가 최고의 전략이 되기도 한다.
목적지는 매린(Me Linh) 커피 농장. 40여 분 거리의 산길은 구불구불했고,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핸들을 잡았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목적지에 도착해 스쿠터에서 내리자 팔이 저려왔다. 긴장의 흔적은 언제나 몸에 먼저 남는 법이다.
이곳은 족제비 커피로 유명한 곳이었다. 농장 체험과 커피 시음이 포함된 티켓은 14만 5천 동. 표 두 장을 받았다. 하나는 커피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피는 체험용이다. 커피는 종류를 선택할 수 있어 모카와 아라비카를 골랐다. 진동벨이 울리고 정성껏 내린 커피가 배달되었다. 풍경은 시원했고 커피는 향긋했다. 훌륭한 맛이란 이처럼 장소가 주는 정취까지 포함하는 것이리라.
농장 체험은 원두 수확부터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리는 풀코스도 있었지만, 우리는 걷는 쪽을 택했다. 커피나무와 로스팅 기계, 햇볕 아래 말라가는 원두, 그리고 족제비 사육장까지. 체험은 짧았으나 햇볕은 길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커피나무 숲에 오래 머물기는 힘들었다. 대신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바람은 시원했고 시간은 느려졌다. 한 시간쯤 기대어 눕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여행에서 가장 귀한 순간은 대개 이렇듯 '아무 일도 없는 때' 찾아온다. 배가 출출해질 즈음 먹은 치킨과 찰밥 도시락, 그리고 후식으로 고른 세 가지 맛 아이스크림은 기대 이상으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더 붐볐다. 갈 때보다 힘들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했다.
저녁은 예약해 둔 숙소 옥상 테라스에서의 BBQ였다. 저녁 7시, 옥상에 올라가 보니 고기와 채소, 튀김만두, 두부조림, 바게트가 이미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테이블 하나당 다섯에서 여섯 명 정도가 둘러앉았다. 대부분 서양인이었고, 동양인은 우리 둘과 인도, 카자흐스탄에서 온 남자들뿐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고향을 물었고, 그 단순한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오늘은 연말이었고 내일이면 새해다. 호스트는 와인과 케이크를 내왔고, 모두가 함께 “Happy New Year!”를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해외에서 새해를 맞는 것도, 낯선 외국인들과 건배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었다. 여행은 가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장면을 선물처럼 연출하곤 한다.
배불리 먹고 나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I am tired!”라고 장난스럽게 외치며 계단을 거의 굴러 내려왔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고, 동시에 한 해가 끝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