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여행 7일차, 스쿠터와 5년 전 가이드북을 들고

페어리테일 랜드와 달랏 기차역

by 화니샘

어제 스쿠터를 이용해보니 이 작은 기계가 주는 효용은 명확했다. 적은 비용으로도 도시의 골목마다 스며든 풍경을 내 의지대로 탐색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유로움의 매혹에 이끌려 나는 하루 더 대여를 연장하기로 했다. 아침을 서둘러 먹고 어제 오가며 눈여겨보았던 페어리테일 랜드(Fairytale Land)를 목적지로 정하고 길을 나섰다. 거리가 어제의 절반 정도라 한결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페어리테일 랜드는 호빗 마을을 모티브로 만든 아담한 테마공원이다. 아기자기한 포토존 덕분에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곳이지만, 우리처럼 달랏 와인을 맛보기 위해 찾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규모가 크지 않아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았다.

우리의 주목적인 와인 저장고로 향하니, 터널 같은 통로 양옆에 와인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시음 코너에서는 레드, 화이트, 증류주, 샴페인 네 가지를 맛볼 수 있는 콤보 메뉴를 70,000동에 판매하고 있었다. 직접 맛보니 생각보다 훌륭해, 선물용이나 소장용으로 좋아 보이는 ‘Pemi-see Wine’ 한 병을 따로 주문했다. 와인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750ml 한 병이 115,000동에서 180,000동 사이였다. 여행은 기억을 남기고, 와인은 그 기억을 붙잡아두니까.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오전 10시 30분. 하루가 충분히 남아 있었다. 다시 스쿠터에 올라 시내로 향해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Pho k’라는 작은 식당에서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일반적인 소고기 육수와는 달리 닭고기 국물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어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가격은 한 그릇에 50,000동(약 2,5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테이블 위에는 달랏요구르트와 치즈요거트 등이 놓여 있었는데, 한글로 ‘공짜가 아니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국인 여행객이 많다 보니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배려인 듯했다.

식사 후 여행 안내서에서 추천한 ‘솔트 커피’ 집을 찾아보았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5년 전 발행된 안내서라 그 사이 문을 닫은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 사라진 가게처럼, 여행 정보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이다. 아쉬운 마음에 근처 ‘Bicycle Up Coffee’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전거, 재봉틀, 기타, 심지어 불상까지 놓여 있는 레트로한 분위기의 독특한 카페였다. 다만 실내 흡연이 가능해서, 담배 냄새가 다소 강한 점은 아쉬웠다. 아메리카노 30,000동, 라떼 40,000동으로 가격 부담은 없었다.


커피를 마신 뒤에는 달랏의 랜드마크인 달랏 기차역으로 향했다. 1938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들이 설계한 아트데코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직선적인 전면 디자인과 랑비앙 산 봉우리를 형상화한 세 개의 지붕, 그리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현재는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근처 역까지 하루 네 차례 운행된다고 한다. 입장료 5,000동과 스쿠터 주차료 3,000동을 내며, 달랏의 명소들이 체계적으로 관광지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역사 앞에는 유명한 아보카도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 하나 맛보기로 했다. 주문 후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면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아이스크림의 맛도 훌륭했지만, 창가에 앉아 바라본 풍경이 무척 평화로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한가한 구름과 낮은 지붕들 , 그리고 고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살랑살랑 여행자의 마음을 흔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GO Market에 들렀다. 물가가 저렴해 이것저것 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하기에 저녁으로 먹을 간단한 음식과 과일만 구입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이시클 업 카페와 달랏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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