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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ul 07. 2019

어제의 시간

퇴임하는 선배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우리는 점점 인간의 격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이든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인 것만이 살아남고 세상은 강한 것들이 지배한다. 그런 속에서 21세기 마지막 로맨티스트는 낡은 통기타를 메고 어디로 갈 것인가? 교육계의 현자들은 어디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것인가?              


코엔 형제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보면 늙은 보안관은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졌지만 늘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사건 현장을 찾는 존재로 묘사된다. 너무나 무지막지하고 몰상식한 세상에서 그는 중심 밖의 존재이며 설 자리가 없다.         

모두들 새로운 것을 만들면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내일은 환상일 뿐이다. 모두들 지금 여기 있는 것들과 함께 살아갈 뿐이고 우리는 오히려 어제까지의 경험과 지혜에 의해 살아간다. 오늘의 일에서 충만함을 찾을 때 행복은 찾아온다.  



그리스어에는 시간을 표현하는 두가지 단어가 있다. 그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이고,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로노스는 그리스 철학에서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로 그 이름 자체가 “시간”이란 뜻이며, 그리스 신화에서에서는 매일마다 한마리씩 자기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다. 카이로스는 그리스신화 제우스(Zeus)신의 아들이며 기회의 신(神)이라 불리운다. 카이로스를 묘사한 조각상을 보면, 앞머리는 무성하나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고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 조각상 밑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고 한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나를 발견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이다. 저울을 들고 있는 이유는 기회가 앞에 있을 때는 저울을 꺼내 정확히 판단하라는 의미이며,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는 이유는 칼같이 결단하라는 의미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Opportunity)'이다."     


크로노스는 일반적 의미의 시간이다. 가만히 있어도 단순히 흘러가는 자연적인 시간 즉, 달력의 시간, 객관적인 시간이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개념이다. 카이로스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기회의 시간이며 결단의 시간이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Chronos)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시간이다. 하루가 일년보다 길 수 있으며 일년이 하루보다 짧을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시간을 탓하지 않으려면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인간의 격을 유지하며 사는 것은 최신이 아니라 최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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