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휴먼에세이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일하다 서른 살이 되던 해 카메라 하나를 달랑 매고 캐나다횡단을 한 후 그 기록을 KBS 아침방송을 통해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우리네 바깥세상 이야기를 전하던 김수정 작가가 2000년 영국으로 날아가 영화를 공부하면서 영국의 리빙라이브러리-사람책을 빌려주는 도서관를 경험하고 쓴 책이다.
맨 처음 이야기는 리빙라이브러리를 창립한 로니 아버겔과의 인터뷰에서 시작된다. “너도 내 입장이 되어 보렴” 이라는 타이틀로 세상의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을 줄이려고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청소년 축제 이벤트로 기획된 행사가 전세계 “살아있는 사람도서관”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간 건 누구나 쉽게 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빙라이브러리는 대여섯명만 참가해도 충분히 열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규모나 형식의 제한이 없이 유럽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편견을 깬다는 것, 선입관을 버린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선입관, 고정관념은 살면서 경험 속에서 축적되는거니까 피할 수는 없죠. 그런데 문제는 그 고정관념 속에서 편견이 생기고, 편견은 차별이나 폭력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책 속에 나오는 로니의 말처럼 우리사회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과 고정관념을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건 이 책이 나에게 준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리빙라이브러리에 참가한 ‘휴먼북’은 영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잘 나가는 사람, 유명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줄이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싱글맘 “크리스틴 리스”를 비롯하여 레즈비언, 우울증 환자, 신체기증인, 혼열, 채식주의자 등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책과의 대화가 잔잔하고도 진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내가 사는 노원구에도 2012년 3월 21일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상설도서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생겼다. 타인에 대해 배척하고 무시하는 대신 관심을 갖자는 것, 나와 다른 사람의 말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자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사람 책 읽기의 진정한 의미이고, 그런 ‘오픈 북’이 우리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이웃이라는 것을 이 책은 확인시켜 주고 있다.
휴먼라이브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먼저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