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늘 미래를 불안해한다. 그 불안의 원인은 따지고 보면 알지 못함이다. 그렇다면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면 어떨까? 그렇게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해진 미래>는 우리가 미래를 판단하는 수많은 프레임 중에서 가장 정확한 예측수단이 ‘인구’라는 것을 알려준다. 기아나 전쟁 등 극심한 인구 이동이 없는 한 10년이나 20년 이후를 예측하는데 인구수만큼 정확한 툴은 아직까지 없다. 물론 단순히 인구통계만 가지고 미래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인구수를 의미 있게 풀어내는 해석이 필요하다. 이것이 ‘인구학적 관점’이다.
인구학은 미래를 예측할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출생 인구수가 줄어들면 당장에 입학하는 초등학생 수와 넓은 아파트 수요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초등교사 수도 줄어들 것이고 부동산 가격도 낮아질 것이다. 직업으로 초등교사가 되려고 한다거나 부동산을 사두려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인구학적 관점’은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단순히 인구변화의 상을 넘어 이 변화에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까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현재 인구는 약 20년까지 다른 어떤 기준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알려준다. 20년이라면 딱 한 세대 앞을 내다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인구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사회 분야는 실로 다양한데 우선 인구는 재화와 서비스의 변화를 가져온다. 인구가 줄어들면 상품을 사 줄 사람과 상품을 만들 사람 모두가 부족해지므로 기업에 비상이 걸린다. 또한, 국가의 서비스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 대상의 인구가 달라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것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에도 인구수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선거 결과다. 지난 2012대선 때는 2030대 5060의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뚜렷했는데 앞으로 2030이 줄어들면 젊은 층의 표심을 바탕으로 한 정당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인구는 다양한 영역과 층위에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인구변화 중 특히 눈여겨봐야 할 현상은 저출산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로 대두한 건 2002년부터인데, 이때부터 합계 출산율이 초저출산 수준에 해당하는 1.3명 이하로 떨어졌다. 지금의 출산율이 계속된다면 2020년부터 출산아 수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이러한 결과 우리나라 가족의 표준처럼 인식되었던 ‘4인 가족’이 사라지고 있다. 2010년도 우리나라 가구구성원은 평균 2.6명이었다. 4인은커녕 3인도 안 된다. 서울시만 떼어서 보면 2000년도 4인 가구 비중은 32%였는데 2010년에는 20%로 줄어들었다. 2020년이면 17%, 2025년이면 14%로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의 의미는 무엇일까?
더 4인 가족이 사회의 기본단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인식 속에서는 가구는 그동안의 ‘사회의 기준’이었고 그 가족은 4명으로 상정했다. 그래서 세금도 4인 가족으로 상정해서 매겼고, 자동차도 4~5인을 예상하고 시트를 만들었다. 집도 4인 가족 기준으로 방을 만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 기준이 적용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 대한 기존의 규정이 흔들리면서 소비문화는 바뀌기 시작했다. 4인 가구가 주요 고객이었던 패밀리 레스코랑은 사양세가 뚜렷하고 대형마트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대신에 동네마트나 시장, 편의점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냉장고 클 필요가 없고 TV나 세탁기도 대형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집은 어떠한가? 집의 크기는 가족수, 경제적 능력,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지만 본질적으로 가족수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절대적 공간이 경제력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1명이거나 없으면 그리 큰 집은 필요 없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가족의 크기라면 다음은 교육이다. 학생 수가 줄어듦에 따라 교육환경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교사의 대량해고는 불가피하다. 예상컨대 2025년에는 초등교사는 지금보다 약 2만2000명 이상 축소해야 하고 중등교사는 약 4만 명의 잉여가 발생한다. 매년 명퇴나 정년퇴직을 고려하더라도 신규채용이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예상할 수 있다. 평생직장을 꿈꾸며 교사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빨리 진로를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좋아지는 것도 있다. 대학경쟁률은 2021년쯤이면 1:1이 되고 2025년이면 0.96:1이 되어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인서울의 경우는 경쟁이 조금 더 세겠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들어가기 쉬워진다. 그렇게 되면 대입 관련 제도와 정책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더 이상 지금과 같이 사교육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저출산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성장전략에도 심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여기서 저자는 실질적 대안으로 질적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가족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후세세대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보육부터 보건, 교육, 영양 등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된 모든 부분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아동에 대한 ‘사회투자’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아이들에 대한 복지를 늘려야 하고 그것을 투자의 개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 나서야 함을 역설한다. 기업이 나서야 다운사이징이 가능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는 이미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장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인구변동은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미래는 이에 조화되는 정책과 제도, 그리고 인식의 변화만 뒤따르면 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듯 우리의 미래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