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사회학>
나에게 편의점이란 가끔 운동 후 음료수를 사먹거나, 급할 때 ATM을 이용하기 위해 들르는 곳일 뿐이다. 그런데 <편의점 사회학>을 읽으니 편의점이야말로 우리의 일상을 소비로 길들이는 24시간 불 밝힌 제국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편의점 수에서 ‘콘비니(편의점) 왕국’이라는 일본을 앞 선지 오래며 편의점의 원조 미국조차 제치고 현재 인구대비 가장 많은 편의점을 가진 나라이다.(서울은 편의점 1개당 인구수 약 1609명, 도쿄는 1857명)
“나는 편의점에 간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처럼 편의점은 우리를 규정한다. 모던의 상징인 밝고 깨끗함의 표상인 편의점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며 24시간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나를 반기는 곳이다. “편의점의 자동문은 언제나 구원처럼 열린다”는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편의점이야말로 관대하며 나를 반기는 현대의 신전이다. 우리는 소비의 신전에 매일 들락거리며 경건하게 상품을 고르면서 10일조를 내는 충실한 신자이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이 얼마나 신실(중독)한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것이 편의점의 사회학이 필요한 이유다. 편리성을 넘어서 편의점의 편리의 본질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편리하게 하는 것인가?
집 앞 편의점에 들어가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건 담배와 인스턴트 먹거리다. 편의점 삼각김밥의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곳에도 20가지가 넘는 삼각김밥이 있다. 물론 종류가 더 많은 건 컵라면이었다.
편의점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니 "부단히 자신을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취향별 소비를 부추킴으로써 자기 존중감을 갖게 하고 사회갈등을 분산케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편의점의 이중적 모습이다.
'일상생활의 평준화와 소비를 표준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취향대로 고를 수 있게 배려함으로서 주체성을 파괴하지는 않는 곳'
라면 하나를 고르면서도 꼭 무슨 맛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는 건 그래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