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질문 있어요!
데이브드 브룩스의 《소셜 에니멀》이라는 책을 보면 작가 안드레아 돈데리의 말을 인용한 구절이 나온다.
“세상은 묻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러면서 묻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묻는 사람은 요청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며, 거절당하면서도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이들은 질문에 거리낌이 없고 어떠한 답에도 화내는 법이 없다. 반면 추측하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며,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때 죄의식을 느낀다. 추측하는 문화에서는 대답을 확신하지 않는 한 어떤 요청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탁을 받을 때 결코 직접적으로 싫다고 말하지 않고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
질문하는 학교, 질문하는 사회
누군가에게 진실로 다가가고 싶다면 그에 대한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한 질문이 필요하다. 그러나 편견이라는 높은 담에 둘러싸여 있는 문화에 속해 있다면 묻는 사람보다는 추측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본인의 판단과 감정만으로 그럴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우리 사회도 추측하는 문화가 상당히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주변에서도 종종 있지도 않은 이런 저런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도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당사자는 황당해하고 억울해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잘못된 소문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추측으로부터 온 것이다.
인간은 환경 속을 걸어가는 방랑자에 불과하다. 그래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추측이 난무하는 사회라면 황당한 오해와 편견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교에서 추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문화부터 먼저 질문하는 문화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먼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상에는 모르는 사람과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로 들곤 한다. 모르는 사람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질문을 한다. 즉 우리 인간은 질문을 통해 앎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들어 우리가 진리에 이르는 길은 우선 무지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질문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나아가 어떤 때 질문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질문은 모르는 것만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된 믿음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 질문
때로는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참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믿음을 ‘합리적인 믿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참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믿음을 고수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믿음을 ‘비합리적인 믿음’이라고 하는데 이런 믿음일수록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라면서 여러 가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어떤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한 믿음을 정당화할 이유를 확립하지 못한 채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믿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어릴 적부터 점을 본 아이는 운세를 믿는다. 어떤 아이들은 심령술의 힘을 믿는다. 귀신이 있다고 믿거나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믿음이 유지되는 것은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세는 과연 정확한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오늘의 운세를 살펴보자. 오늘의 운세는 태어난 해를 보는데 그렇다면 같은 운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같은 해 태어나는 사람이 수만 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 모두에게 오늘 똑같은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어림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오늘의 운세를 믿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인간에게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일명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하는데, 심리학자 B. R. 포러는 사람들이 막연하고 일반적인 성격 묘사를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맞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들 자신에게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신은 타인이 당신을 좋아하고, 자신이 존경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만, 아직 당신은 자신에게는 비판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에 약점은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결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당신이 아직 그것을 강점으로 이용하지 않는 숨겨진 훌륭한 재능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당신은 잘 절제할 수 있고 자기 억제도 되어 있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걱정도 있고 불안정한 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올바른 결단을 한 것인가,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 하고 깊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규제로 굴레로 둘러싸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독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종종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으며 사회성이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주의 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 중의 일부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포러는 자신의 학생을 대상으로서 성격 진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무시하고 학생 전부에게 위의 글을 진단 결과로서 주었다. 그는 학생에게, 이 진단 결과가 자신과 잘 맞는지 아닌지를 0으로부터 5까지의 값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자신에게 글이 ‘아주 잘 들어맞는다,’라고 생각한 경우는 5,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의 경우는 4이다. 학생의 평가치를 평균하면 4.26이었다. 이 테스트는 이후에도 심리학 전공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백 회를 반복하고 있지만, 평균은 여전히 4.2를 기록하고 있다.
‘포러 효과’는 왜 많은 사람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는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성격진단뿐만 아니라 별자리 운수, 손금 보기, 포춘 카드, 혈액형 성격 같은 것들도 비교적 정확한 것 같은 성격 진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마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적 연구에 의해, 이러한 것들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어머, 딱 내 얘기잖아!’ 하며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믿고, 이런 점집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우연히 나에게 맞는 다해도 그것이 정확하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