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말하기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똑 같은 유머라도 누구에게는 큰 웃음을 주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뭐지?’ 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이처럼 상대에 따라 말의 흐름이나 대화의 깊이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말을 할 때는 상대에 대해 우선 잘 알아야 하고 다르게 말할 필요가 있다. 강의나 발표, 대화, 토론, 상담 모두 상대가 누구이며 어떤 상태에 있는지 고려해야만 말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 가이다. 학생, 교사인가 아니면 학부모인가에 따라 어휘의 선택, 말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다음으로 그들의 관심사나 기분 상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관심이 있어서 온 걸까? 아니면 억지로 동원될 것일까에 따라 사소한 것 같지만 상대의 상태를 알고 말하는 것과 모르고 말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친구가 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강의를 하다 보니 조는 사람,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사람, 옆 사람과 이야기 하는 사람 등 도무지 집중이 안되어 있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화근이었다. 가뜩이나 강의도 못마땅한데 유머랍시고 던진 말이 다소 엉뚱했던 모양이다. 청중 대부분이 여성이었는데 과유불급이라고 농담이 지나쳤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농담은 안 하니만 못하다. 항의하고 사과하라고 하는 바람에 강의를 중단하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뺏다고 한다.
강호동은 연애 대상 수상소감에서 “웃기는 사람이 되어야지, 우스운 사람이 되어선 안된다.”는 말로 자신의 유머철학을 이야기 했다. 농담이 지나지면 그야말로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유머보다는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강의가 별로 재미없지요?”라면서 자신도 힘들다면서 그래도 사전에 준비 많이 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졸리더라도 조그만 참아달라고 하면 다시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소통은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 상대의 상태를 잘 관찰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상대의 감정이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유리하다.
여기에는 3초의 법칙이 작용한다. 사람의 첫인상과 행동 패턴을 나타내는데 주로 쓰는 ‘3초의 법칙’은 누군가를 처음 대할 때 최초 ‘3초’동안에 보는 이미지가 그 사람에 대한 인상과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인상 효과’ 라고도 하는데 한번 고정되면 60번을 만나야 겨우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여서 단단함에 빗대어 ‘콘크리트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드라마 ‘사랑비’에서 3초 만에 여심을 홀렸던 장근석은 윤아의 3초 눈빛 교환에 오히려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이처럼 ‘3초의 법칙’에 대응해보면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에 따라서는 또 다른 ‘3초의 법칙’이 필요하다. 화가 나는 상대를 만났을 때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을 3초간 생각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폴레이는 이 3초간에 3단계로 대처하라고 주문하는데 1.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2. 미소 짓기. 3. 주의 돌리기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1단계다. 화를 내고 싶은 감정이 솟구칠 때 지금 하는 행동이 도움이 될 것인지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것인데 물론 쉽지는 않다 내가 하려고 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3초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무시’가 되고 분노의 감정이 사라지게 된다.
상대의 입장에서 우선 생각해보고, 더 나아가 상대가 좋아하는 말, 싫어하는 말을 안다면 소통은 더욱 부드러버게 이루어질 수 있다. 예컨데 "너 참 특이하구나.” 이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개성적이라는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비아냥거림의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 상대가 긍정적일 때는 긍정적인 대화가 이어지지만 상대가 부정적일 때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이들의 성향과 상태에 따라 말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이에 교실에서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들의 문제행동 유형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맞춤형 대응방안을 제시해보려 한다.
새로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살펴보면 표정이 전혀 없고 말도 어딘가 어눌하고 억양도 단조로운 친구를 발견할 때가 있다. 말을 걸어보면 단답형으로 답하고 친구들에 대해서도 무관심해 보인다. 예외가 있다면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한 지식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 한다. 대체로 이런 아이들은 자폐기가 있다. 이런 친구들의 문제는 교실에서 대체로 고립되어 있고,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아이들을 대할 때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포근한 말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를 내도 화를 낸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무용지물이다. 항상 웃으며 편하게 대하는 것이 좋고 그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호감을 표하면서 꾸준히 감정을 학습시키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이해하고 다른 친구들과도 조금씩 어울리게 된다. 꾸준한 대화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의심이 많은 아이도 있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남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험담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경우다. 이런 친구들은 스트레스에 약하다. 매우 불안해하기 때문에 특별히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좋게 말해주거나 도와주려는 말조차 의심하기 때문이다. 나를 의심하더라도 화를 내지 말고 의심 받지 않는 말과 태도로 상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잘해주어도 ‘왜 나한테 잘 해주지?’ 라며 의심하고, 너무 웃어도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상담전문가들은 이런 성향의 아이들에게는 원칙을 지키며 관대하게 대하라고 한다. 스스로가 불안해서 의심하는 것이므로 항상 편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의심에 대해서는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어느 정도 인정하면 그 때부터는 편안하고 관대하게 대해주면 된다.
매우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아이들도 있다.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성향의 아이들이다. 사람은 모두 이런 성향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자신이 부족하거나 잘 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들은 대인관계나 대화에 자신이 없는 경우다. 대인 관계에 자신이 없다보니 혼자만 있으려고 한다. 이런 성향이 굳어져 성인이 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일종의 회피성 인격 장애에 해당하는데 심할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이들은 수치심이 강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까운 사람과만 지내려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하거나 비판 받는 상황을 매우 두려워하고 타인에 비해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낯선 상황이나 새로운 일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칭찬이 필요하다.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하지만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점을 칭찬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격려의 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거절에 예민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바로 지적하기 보다는 “이런 부분을 이용하면 전보다 훨씬 좋아질 거야” 라던가 “이 점만 보완하면 매우 훌륭해”와 같은 식으로 뒤에 장점을 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대화방법이다. 이들과 친해지는 과정은 끈기를 필요로 할 정도로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꾸준히 칭찬해주고 편하게 대한다면 이들도 서서히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가르치다가 간혹 실수를 하거나 진도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 그게 아닌데요.”라거나 “진도 안 나가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매우 원칙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성실하지만 일종의 강박증이 있어서 자신의 원칙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평소에는 매우 불편하다. 그렇지만 위기 상황이나 뭔가 계획대로 일을 해야 할 때는 매우 소중한 친구들이다. 준비에 철저하고 계획대로 일을 잘 처리하기 때문에 이런 때 능력을 발휘한다. 이들에게 무시하는 발언은 최악이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을 뿐더러 마음에 담아두고 오래도록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은 장점을 칭찬해야 한다. “네가 꼭 필요해”라고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하거나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 것을 좋아한다. 대신에 “그건 아니야”라든가 “틀렸어”라는 식의 무시하는 말은 이들에게 좋지 않다. 대신에 “네 말도 맞지만 이런 방법도 있단다.”라든가 “우선 네 방식대로 해보고 이런 방법도 있으니까 이렇게 해보면 더 다양하지 않을까?”와 같은 식으로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도 없고 취미도 별로 없는 아이들이 있다. 대화를 해보면 말투가 또래에 비해 어리고 자기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아이에게 엄청 집착하는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엄마는 겉으로는 매우 예의바르고 말도 곱게 한다. 그렇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항상 공부나 성적, 대학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착한 아들 힘내, 조금만 참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
“대학에 가면 네가 원하는 거 다 하도록 해줄게”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오로지 엄마가 시키는 것에만 충실하다. 자기 결정력을 상실한 상태로 의존성이 심해 판단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요즘 흔한 결정 장애, 소위 마마보이, 파파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갑자기 독립심을 갖게 만들 순 없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부모 말을 듣지 말고 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라고 다그치면 곤란하다. 상대는 오랫동안 부모에 의존해 살아왔기 때문에 단박에 고치기는 쉽지 않다. “네, 생각은 어떠니?” “너의 속마음을 말해보렴” 하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도록 유도하고 의견을 말하면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같은 뜻을 전달할 때라도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말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