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궁극적 질문
개봉한 지 좀 지난 영화지만 두고 두고 볼 영화다.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미안 셔젤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전작과는 결이 좀 다르다. 나는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를 보면서 은근히 음악 3부작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렇게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가 나올지는 몰랐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문제를 음악-재즈라는 소재를 통해 잘 풀어 낸 <라라랜드>가 꿈과 사랑이라는 삶의 원형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라면 <퍼스트맨> 역시 다른 식으로 풀어 낸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 역시 삶에 대한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 그리고 그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다음 작이 기대되는데 그의 연작의 의미는 처음부터 음악이 아니라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영화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었던 닐 암스트롱에 관한 이야기다. 냉전 시기 미소간의 치열한 우주정복 경쟁에서 한 개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흔히 국가적 프로젝트에 있어서 그 목표를 개인의 목표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달 착륙은 우리 모두의 목표였고 행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는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고 수억명이 시청하면서 마치 자신이 달에 간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인류의 위대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듯이 모든 사람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그 인류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이 한 개인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에 대한 질문이다. 그와 그 가족에게 달 정복과정은 어떠했을까?
닐은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랑하는 어린 딸이 병으로 죽는다. 그로 인해 그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결국 도피를 선택하는데 조종사를 그만 두고 제미니 계획에 참여할 우주비행사 선발에 응모함으로써 백업 비행사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역시 죽음의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없다. 도킹 연습 도중 죽어간 동료로 인해 괴로워하지만, 백업 비행사였던 그에게는 그것이 행운이 된 것이다. 결국 아폴로 11호의 선장이 되어 달에 첫발을 내딛는 <퍼스트맨>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개인에겐 죽음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미리 써 둔 추도사가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다시 돌아 오지 못할 길을 떠나는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라며 모질게 몰아붙이는 아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나는 죽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한 인간의 모습에 공감하고 마음 아파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차마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짐을 싸면서 시간을 질질 끄는 닐... 그는 가족을 두고 진정 달에 가고 싶었을까? 아마도 한없이 시간이 유예되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우주계획이 취소되기를 바랬을지도....
데미안 셔젤 감독의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지막 아내와 만나 교감하는 장면은 그가 트라우마가 극복했음을 암시한다. 인생은 새옹지마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며 한편으로 덧없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언가에 충실함으로써 개인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달에 발을 내디디며 전한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우리 인류에겐 커다란 도약입니다”라는 말은 그래서 울림을 준다. 우리 모두 개인으로 나약하지만 뭔가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란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다소 멀리 있어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꿈과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