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

by 화니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필란드 출신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슬픈 코메디 영화다. 그러나 처음 볼 때는 결코 웃을 수 없다. 오히려 왠지 모를 눈물이 난다.


아키 감독을 잘 몰랐는데 이 영화를 통해 스타일이 매우 뚜렷한 감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배우들은 못생기고 개성이 뚜렷할 뿐 아니라 표정도 없다. 아무도 소리치지 않고, 아무도 웃지 않는 것이 연기의 두 가지 규칙이라고 한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헬싱키 노동자들의 실직을 지켜보며 그들의 가슴에 맺힌 서릿발을 녹여주고 싶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노동자들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한 남자가 불의의 사고로 과거의 기억을 잃고 소박한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다. 점차 주변 사람들에게도 활력을 주면서 조금씩 돈을 모아 마을에 정착하려는 순간, 뜻하지 않게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로서 예기치 않는 불행이 찾아온다.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과 헤어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만 부인은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

새옹지마, 인생유전을 담은 서사 같기도 하지만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영화는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 곳곳에 존경하는 감독에 대한 오마주가 숨겨져 있다. 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에서 스시를 먹고 일본 노래가 삽입된 것은 아마도 오주에 대한 오마주일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이 매우 훌륭한데 마지막 노래가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런 영화를 처음 대하는 사람은 지루하다 못해 중간에 나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오래도록 간직할만한 영화다. 감독의 스타일이기도한데 이 영화는 인과관계도 느슨하고 생략도 많을 뿐더러, 스토리나 장면들은 건조하다 못해 푸석거릴 정도다. 그렇지만 보고 나면 어느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할 진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키 감독은 새로운 사회의 모습, 도덕성, 그리고 사랑의 모습은 어떠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그는 자본주의를 아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과거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돈이 없어도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과거에 전혀 미련을 두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렇다. 알랭 바디우가 말하듯 20세기는 끝났다. 모든 것은 노스텔지어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서 해결책을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하고,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여기서 너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거가 없는 남자 영상1

과거가 없는 남자 영상2


과거가없는남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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