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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샘 Jul 20. 2019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도래

포노족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

2015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실은 표지 기사를 내보냈다. 포노 사피엔스 말이 등장할 만큼 스마트폰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포노 사피엔스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차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며 등장한 용어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른 데서 나왔다.      

스마트폰은 인류를 급격히 변화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창조한 동시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를 함께 탄생시킨 창조주가 된 셈이다. 스마트 폰을 손에 든 신인류는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장,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 폰은 포노 사피엔스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이제 우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은행에 가지 않는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은행 거래 건수의 90% 이상이 자동화기기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고, 은행 지점 거래 수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그로 인해 많은 은행들이 10년 안에 지점들을 폐쇄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하고 있다.   


유통산업 역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이 줄고 온라인 판매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백화점의 1/3이 문을 닫았고, 미국 백화점의 상징이자 유통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시어스 백화점도 2018년 결국 파산했다. 이유는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회사 때문이었다.      

방송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방송 광고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50%가 줄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이 전 세계의 방송국들이 지금 파산하거나 M&A 대상이 되고 있다. 원인은 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 후 소비 행동이 바뀐 탓이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프로그램만 찾아보면 되기 때문에 굳이 방송을 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아이폰이 탄생한 후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어느 누구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라고 교육하거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 다른 용어로 ‘진화’라 부를 수 있다. 진화가 무서운 건 절대 역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의 모습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스마트폰 문명은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문명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문명의 창조자인 동시에 소비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 이후 태어나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컴퓨터를 많이 접한 사람들, 특히 인터넷 게임을 어릴 때부터 경험한 사람이다. 이들은 가상세계에 들어가 게임을 하며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거래도 경험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열광하며 바로 스마트폰을 휴대용 게임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게임의 확산은 게임 개발자들을 웹스토어에 유입하도록 했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임이 늘어나면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스마트폰 문명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들은 스마트폰 게임 방식을 곧바로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여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게임방식으로 택시회사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다들 곧 망할 회사로 여겼다. 일반적 상식으로 볼 때 단 하나의 성공 요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캘러닉은 게임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방식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차이는 바로 게임의 경험에서 나왔다.


우버는 서버에 디지털 맵을 올려 게임판으로 사용한다. 택시를 타고 싶은 게임 참여자는 앱을 다운받아 가고 싶은 위치를 표시한다. 이때 게임판 위에 버튼이 올라간다.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게임 참여자는 이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 용어로 ‘득템’을 한 것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내비게이션이 켜진다. 내비를 보고 있으면 뇌는 게임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손님을 만나러 가고 손님도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게임처럼 대화하며 목적지로 가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가 아이폰 사용자였는데 당시 아이폰 사용자들은 새로운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차를 타는 방식도 대화도 모두 새롭고 신선했을 것이다. 목적지를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임하듯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요금도 내지 않는다. 게임 안에서 결재는 게임기가 알아서 해주니까 말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그저 GG(Good Game)하면 된다. 이 경험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택시 대신 우버를 이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 놀랍게도 이 차이가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너도나도 우버를 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우버를 타는 사람도 이에 따라 급속히 늘어났다. 그렇게 우버는 3년 만에 기존 택시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고, 택시업자들이 줄줄이 소송에 참여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혁신이라고 보아야 한다며 우버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때부터 우버는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10년 만에 기업가치 1,200억 달러(약 136조 원)에 달하는 스마트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이 가능한 게임기를 상시적으로 휴대하고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신인류들이 생각하는 비즈니스 방식이다. 그래서 이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발상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 2008년 창업한 에어비엔비도 마찬가지 발상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면 여행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전 세계의 놀고 있는 방을 서로 연결해주면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기발한 사업으로 탄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호텔 비즈니스를 게임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에도 거대한 변화를 촉발시켰다. 편리함과 휴대성으로 인해 스마트폰은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무언가 궁금한 게 있으면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검색을 통해 바로 알 수 있다. 지도가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고 은행에 가지 않아도 금융이 가능하고 시장에 가지 않아도 쇼핑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시장과 산업 생태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소니가 사라지고 애플이 탄생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과 알리바바, 텐센트가 세계의 리더 기업이 되었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로 여기며 삶의 방식을 재정의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전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항상 더 나은 서비스를 향해 떠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점심 한 끼를 먹을 때도 맛집을 찾아 골라가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검색을 통해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에서 최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한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세계 공통의 소비재인 음악의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아이돌 BTS 돌풍은 팬덤 소비가 음악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신호다. 10대 들이 멋진 아이돌 가수에게 열광하는 것은 어느 시대나 있었기에 특별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열기의 확산 과정과 그 파괴력이 남다르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기존 유통망의 도움 없이 단숨에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사례... 그것도 외국어 노래가 1위를 차지한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BTS는 오직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올렸을 뿐인데 빌보드차트를 단숨에 점령한 것이다. 오로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팬들을 키워나간 이런 결과는 미국 음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이후 음악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그동안 유통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방송이나 음반업체가 아니라 팬덤, 즉 소비자에게로 권력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스포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시청자가 많은 월드컵과 올림픽을 능가하는 경기가 있다. 바로 롤드컵이라 부르는 e-스포츠다. 2017년 베이징에서 열렸던 롤드컵 결승전은 무려 8천만 명이 시청했다. 게임 롤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중국의 텐센트는 e-스포츠를 세계적인 이벤트로 만들어 어머어마한 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금 프로게이머인 페이커(이상혁)의 연봉은 30억이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이대호의 연봉인 25억을 뛰어넘은 액수다. 이제 게임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중요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중독을 걱정하지만 모든 스포츠는 중독을 피할 수 없다. 중독이 무서워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게임을 금지하는 것보다는 게임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 히트하는 게임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잘 즐기기 위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토론해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더불어 게임산업에 관해서도 눈을 떠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방송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접한다.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통해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게임방송을 통해 성장했다. 게임에 종사하는 사람은 프로게이머만이 아니라 게임방송 MC, 프로그램 PD, 카메라맨, 게임 기획자, 전문 마케터 등 게임산업에서도 수많은 직업이 탄생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런 게임산업의 성장과 변화에 대해 제대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스콧 갤러웨이 교수가 쓴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우리가 어떤 문명에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지식은 암기가 아닌 검색으로 인지하며 친구는 SNS로 맺는 것이 상식인 사회, 사고 싶은 물건을 인지하는 순간 터치 한 번으로 사고, 새로운 변화를 즐기며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 이곳이 바로 신인류인 포노족의 디지털 문명사회인 것이다.


관련영상 : 세바시 '포노사피엔스가 만드는 일상혁명' https://www.youtube.com/watch?v=VULRSpF49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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