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by 예인

생각이 정리된다. 모호했던 것이 명확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된다. 나의 생각공장은 24시간 연중무휴 풀가동이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머리 속에 마구 어질러진 생각들은 두통을 자주 유발한다. 복잡한 생각을 심플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남 눈치를 보며 맞추는 것이 익숙했던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켰던 적이 많다. 먹고 싶은 음식 메뉴를 말하는 사소한 것부터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거나 하는 것. 내게는 그런 것이 유독 힘들었고 사람들의 눈치를 항상 먼저 봤었다. 그렇게 마음에 켜켜히 쌓인 생각과 감정들은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글을 쓸 때는 솔직할 수 있다. 혼자서만 볼 수 있는 곳에 쓰든, 공개적인 곳에 보든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정면으로 마주 해야하는 타인의 시선이 없다. 글을 쓰면 내 속에 묵혀 있던 생각과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다.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고마운 매개체이다.


나에게 글은 꼭 타임캡슐 같다. 얽힌 추억이 많다. 글과의 첫 추억은, 어릴 적 과학 상상 글짓기 대회에서 교내 1등을 하고 담임이 선생님 작가가 될 것을 권유한 것이다. 이후 나에게 글쓰기는 좋은 놀이친구였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종영했을 때 아쉬운 맘에 마지막화에 이어지는 뒷 이야기를 상상해서 써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주제어 3개를 랜덤으로 정해 그 단어들이 모두 들어가도록 소설을 쓰기도 했다. 노트에든, 인터넷 카페에든 늘 나는 자주 소설을 썼다. 가장 인상 깊은 추억은, 중학교 때 수업을 빠지고 싶어서 우연히 참가신청을 했던 전국 문예백일장에서 수상했던 것이다. 보통 하루마다 장래희망이 바뀐다는 어린이시절부터 중학생 때까지는 나의 장래희망은 한동안 작가였다. 글에 대한 좋은 추억들은 나를 쓰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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