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고기반찬이 없으면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피자, 치킨, 햄버거라면 사족을 못 썼다. 어른들이 먹는 밥상을 보면 뭐 저렇게 싱겁고 맛대가리 없는 걸 먹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특히, 피자를 좋아했다. 할머니 댁에 가면 피자를 시켜주셨는데 큰 사이즈의 피자를 먹을 때도 무조건 4~5조각 이상은 먹었다. 먹성기(?) 때는 친구와 둘이서 두 판을 시켜 남김없이 다 먹기도 했다. 왜 그렇게 피자를 좋아했을까? 들고 먹기 편하고 여러 가지 재료가 토핑으로 올라간 덕에 한 번에 다양한 맛이 나서 좋았던가? 생각해 보니 피자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관심도 많고 욕심도 많았던 어린 예인이에게 딱인 소울푸드다.
20대 초반, 닭발을 파는 숯불닭갈비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요리하시는 주방 이모와 꽤 친하게 지냈는데 이모는 닭발 주문이 들어왔을 때 정량보다 많이 요리하게 되었을 때 내게 닭발을 맛보도록 했다. 전부터 징그러운 비주얼 탓에 입에 대지도 않았던 음식이다. 이모의 권유로 못 이기는 척 먹었던 것이 나와 닭발과의 첫 만남. 이후 나의 소울푸드는 닭발이 되었다. 엄청 좋아하고 자주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닭발은 그야말로 나의 영혼을 흔들 만큼 뇌리에 콕 박힌 음식이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깊게 밴 말랑한 식감의 닭발은 보기와 달리 입맛을 돋웠다. 닭발처럼 언뜻 봐서는 꺼려지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나의 20대는 그런 것에 움찔거리면서도 다가서고 도전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닭발을 시작으로 나는 곱창, 막창, 대창 같은 부속류를 섭렵할 수 있게 되었다.
30대가 되었다. 어떤 스펙타클한 음식이 나의 소울푸드가 되었냐면! 재밌게도 어린 시절 어른들을 보며 "저걸 왜 좋아하는 거야?" 했던 그 음식들이 요즘 그렇게 좋다. 질겅거리는 식감보다는 부드럽고 깔끔한. 느글거리는 음식보다는 얼큰하고 속이 따뜻한. 이제 국을 마시며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진한 돼지국밥이 요즘 나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겠다. 든든하고 속이 편안한 국밥. 국물 푹 떠서 한 숟갈 퍼먹을 때마다 국밥처럼 편안하고 든든한 사람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시기별로 소울푸드가 바뀌는 게 드문 일이 아니래도 내 경우는 영혼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이다. 변해가는 식성, 변해가는 나를 가만히 되짚어 보는 일이 은근히 재미있다. 넥스트 소울푸드는 또 뭐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