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가 혼자 사진관을 찾기 시작한 이유
4년 전, 스물 여섯에 유부녀가 되었다. 아이를 낳지도, 결혼을 하지도 않는 요즘 시대에 나는 꽤 신기한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결혼을 왜 그렇게 빨리 해??"
몇몇은 부러움, 몇몇은 안타까움, 아무튼 갖가지 이유로 스물 여섯에 결혼을 하려는 이유를 캐물었다. 기혼자들은 알겠지만, 운명이라느니, 좋아 죽겠어서 하루라도 빨리 같이 있고 싶겠다느니 뭐 그런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흘러갔다.
결혼 소식을 알리는 것이 재밌었다. 깜짝 놀라는 지인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결혼 준비도 재밌었다. 원래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인지라 웨딩플래너없이도 나름대로 척척 잘 해나갔다.
문제는 '결혼'이라는 약 1년간의 장기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였다. 수능을 끝낸 고3처럼 허전하고 심지어는 불안했다. 핸드폰 앨범을 보면 전남친이 되어버린 지금의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최신순으로 정렬된 사진을 위로 올리는데 독사진이 몇 장 없다. 누군가의 아내가 된 것은 좋다. 하지만 이러다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누군가의 아내, 가까운 미래에는 누군가의 엄마로 살다가 여자로서의 나, 나로서의 나를 아예 잃어버리면 어쩌지'하는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기록에 대한 필요를 강렬히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었다. 다가오는 생일을 기념으로 곧 스물 일곱이 되는 내 모습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고 카메라가 어색해서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이왕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강점을 발휘해 포즈를 참고할 시안도 열심히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이쪽 일 하세요? 와, 너무 잘하시는데요?"
사진작가님의 칭찬에 신이난 고래처럼 수줍지만 과감하게 스물 일곱의 나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두달에 한 번은 사진으로 나를 기록해야지' 했던 것이 잦아지고, 잦아져서 점차 다양한 모습의 내 사진이 가득해졌다. 인스타그램에 앨범처럼 모아놓고 보려고 올리기 시작했고, 여러 사진작가들과 협업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스냅모델이 되었다. 몇 달 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심지어는...
[안녕하세요. 저희는 00이라는 브랜드입니다.
피드 사진이 저희 브랜드가 찾는 이미지셔서 연락드렸어요!]
인스타 디엠으로 브랜드에서 쇼핑몰 모델 제의를 받게 되었다. 돈을 내고 사진을 찍던 평범한 직장인이자 주부가 이제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모델이 된 것이다. 이후로도 몇 차례 직장 밖 부캐로 페이를 받고 다른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을 했다.
이전까지 돈은 하기 싫은 일을 꾹 참고해야 벌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시키는 일 말고, 원해서 스스로 한 일이 돈이 되어버렸다.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보내던 아주 아주 평범하던 일상이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빈말일지도 모르지만, 첫 프로필사진을 찍어주신 작가님의 말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 '잘하는' 무언가가 있을텐데. 그동안 시키는 일만 하면 살다보니,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