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반항아

사회부적응자의 일반인코스프레

by 예인


고등학교 2학년, 학교를 자퇴했다.

29살의 나이에 직장을 퇴사했다.


나는 어딜가나 소속 집단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튀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했고, 윗사람들의 말에 순응적이라 모범생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말 잘 듣는', '착한' 이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질 때쯤 잘 나가는 드라마의 어이없는 반전처럼 집단을 발칵 뒤집는 일을 저질렀다. 누구에게는 갑작스러운 일탈로 보일 수 있지만, 돌아보면 깊은 품에 반항적 기질을 줄곧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는 원래 다니고 싶지 않았다. 낭비의 장소라고 생각했다. 에너지와 시간이 줄줄 세는. 오로지 통제를 하기 위한, 불필요한 시스템이 가득하게 보였다. 내가 어지르지 않은 것을 청소하고, 별로 친해질 생각없는 아이와 가깝게 지내야하는 상황이 퍽 강압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결국 자퇴를 하게된 데에는 나의 의지보다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세상살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교과서로 배우는 정답말고 밖으로 나가 부딪히며 나만의 답을 직접 찾아낼 기회라는 생각이 내심 반가웠달까.


20대 중반쯤에는 남들처럼 살 수 있게 되었다. 검정고시를 쳐서 들어간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연애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그렇게 쭉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을 눈앞에 둔 스물아홉, 내 안에 반항아가 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을 들썩였다. 참을 수 없는 탈출 욕구가 또 발동해버렸다. 어쩌면 그동안은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던 것 마냥. 회사를 나와서 무얼 할 거라는 탄탄한 플랜도 없었다. 가진 것은 '나를 찾겠어'하는, 다시 사춘기로 돌아간 듯한 요상한 패기 하나뿐이었다.


퇴사한지 벌써 2년 지났고, 여전히 이렇다 할 돈벌이를 못하고 있다. 이 반항의 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저 남들처럼 그렇게 사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난 고립청년도, 은둔청년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건 그냥 철이 없는 거라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회부적응자의 말로는 어떠할까. 적어도 연민받는 삶은 아니었으면 한다.

묘비명에는 한껏 유쾌한 문장을 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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