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판 클래스를 진행하고
올해 2월 독립출판으로 책을 냈다. 베스트 셀러까진 아니여도 내기만하면 잘 팔릴 줄 알았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큰 기대는 안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어쩐지 대박이 날 것 같은 근거 없는 믿음이 자리했다.
책을 출간한 지 반 년이 넘게 지났다. 나의 이야기가 기대만큼 팔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작가가 되기 전의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달라진 것은 나 하나였다. 내가 변했다.
무모한 도전 이후 기대와 다른 현실에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알게된 것이 있다. 기회는 내가 만들면 그만이라는 것.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떤 출판사도 나에게 출간 제의를 하지 않아서 스스로 출판사가 되어 책을 냈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할 시간에 방법을 찾았다.
책을 내고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강연'이었다. 책을 통해 '글'로 사람들과 만났다면 강연을 통해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명 작가를 불러주는 곳은 없다. 나는 또 방법을 찾아 헤멨다.
초보 작가가 왕초보 예비작가들을 위해 출판 클래스를 열었다. 팔로워 2천의 소소한 인스타그램 계정과 방문하는 이 없는 블로그에 소식을 알렸다. 버릇이 들었나, 습관이 되었나. 누가 오기나 할까 싶으면서도 또 자연히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의 첫 출판 클래스에 딱 두 명의 수강생이 신청을 했다. 다섯 명 정도 모집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두 명이라니.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말텐데. 이것 참 난감하게 되었다. 신청 인원에 어깨가 쪼그라 들던 중 문득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보다 많은 인원 앞에 서기에는 첫 강의에 너무 부담일 수 도 있다. 신청해 주신 두 분께 고마워서라도 과외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퍼드리자.
클래스 당일. 대관한 작은 스터디룸에 일찍이 도착해 수업 준비를 했다. 사용할 줄 몰라 '신호없음'이 둥둥 떠다니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시름하다가 꺼버리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한 여자분이 슬며시 문을 열었다. 자리를 안내하고 긴장하지 않은 척 준비한 자료를 들춰보았다. 다른 한 분은 늦으시는지, 아니면 오지 않기로 하신건지 소식이 없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더는 기다리게 할 수 없어 강의를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행히도 나머지 한 분도 잘 도착하셨고 강의를 이어갔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적은 인원이라서 가능한 소통이 활발한 강의였다. 궁금한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셔서 기쁜 마음에 준비했던 것 이상을 풀었다. 언제 긴장했냐는 듯 즐기고 있었다.
'여러분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길 기다립니다.' 라고 적었던 교안을 마지막으로 강의를 맺었다. 책을 써 내려갈 힘을 받아가길 바라는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그런데 정작 강의에서 말로 힘을 받은 것은 나였다.
"사실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이렇게 자기 이야기로 책을 출판하고 출판 강의를 하는 내가 궁금해서 왔다는 말.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세상의 기준에서 삽질처럼 보이는 일을 하는 중이다. 종종 스스로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순간들이 찾아온다. 내가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순간.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고 있다.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선물 같은 순간이 있다. 그 덕에, 그 탓에 내가 이 소중한 뻘짓을 관두질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