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

by 예인


세상을 빛내자


뜬금없이 찾아온 공허함으로 괴롭던 시절이 있었다. 성찰이 습관인 사람인지라 보통은 내가 어떤 감정을 강렬하게 느낄 때 그 원인을 재빠르게 찾는다. 하지만 그때의 공허함과 우울감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명쾌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끝이 정해진 책을 미리 엿보고 온 기분이었달까. 우리는 얼떨결에 세상에 태어난다. 철 없이 살면서 여러 단계의 의무적인 배움을 거치다가 '대학'이라는 산을 하나 만난다. 또래의 대부분이 똑같은 목표를 갖는 것이다. 좋은 대학가기. 이 산을 넘으니 무엇이 있던가. 산 넘어 산이라더니 다음은 취업, 다음은 결혼, 다음은 자녀다. 그리고 늙으면 모든 인간에게 예외없이 찾아오는 죽음. 허탈했다. 뭐야. 결국 늙어 죽기 위해 사는 거야?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왜 별 불만이 없지? 짜여진 각본에 맞춰 흘러가는 듯한 삶이 뭐가 좋다고.


살고 싶은 의욕이 없었다. 그 시기에 무언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문득 떠오른 생각 때문이었다. 사회는 잘 살기 위한 많은 방법을 내게 가르쳐주었지만, 왜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답은 알려주지 않았다. 당연하다. 나의 삶이니까.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 없으며 스스로 찾아내야만 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사춘기에 했어야하는 고민이다. 그걸 성인이 되어서야 하게 된 것이다.


성경 구절에 이런 문장이 있다. '너희는 세상에 빛이라', '너희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게 하라.' 그리고 비로소 나의 정체성과 삶의 모토를 발견했다. 나는 빛이구나. 내 안에 있는 빛을 비추기 위해 살아야 하겠구나.


먼저는 사회에서 살라는대로 살다가 잃어버린 빛을 되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슬슬 나만이 가진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제 나의 빛으로 다른 이를, 세상을 밝힐 차례다. 베풀고 위로하고 응원하며 그가 가진 빛을 꺼낼 수 있도록. 내가 나의 빛을 찾아가니 이렇게 마음이 환한데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빛을 찾으면 얼마나 세상이 빛이 날까. 상상하니 늙어 죽어도 한이 없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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