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14화 (완결)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완결)

by 유유정

겉과 속 14화 —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완결)



Written by 유유정



사라져가는 숨


병원 창밖엔 흐린 새벽빛이 걸려 있었다.

민석의 아버지는 하루 가까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연과 민석은 침대 곁에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의사의 말처럼, 언제 다시 눈을 뜰지 다시는 뜨지 못할지 모르는 시간이었다.


지연이 조용히 말했다.


“민석 씨… 너무 무너지지 말아요.

아버님은… 마지막 순간엔 민석 씨를 찾았어요.”


민석은 깊게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엄마도… 아버지도…

왜 난 항상 뒤늦게 아는 걸까…”


지연은 그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래도 지금은… 여기 있잖아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한참의 침묵 뒤

침대 위에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민석…?”


그가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絞어 아들을 불렀다.


마지막 고백


민석은 눈이 번쩍 뜨인 채 아버지 손을 붙잡았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세요?”


사장님의 시선이 천천히 흔들리며 아들을 향했다.


“미안하다… 민석아…”


그 목소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목소리라기보다

죄와 후회의 무게에 눌려 부서진 숨에 가까웠다.


“네 엄마…

그때 내가…

지켜줬어야 했는데…”


그는 숨을 끊어질 듯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나처럼…

누군가를 잃지 마라…”


그 마지막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손끝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민석은 손을 꽉 쥐었지만

그 손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지… 제발…”


지연은 뒤에서 조용히 울고 있는 민석의 등을 감싸 안았다.


시신 앞에서 마주한 진실


장례식장엔 차가운 하얀 꽃 냄새가 퍼져 있었다.

민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버지의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지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를 지켜보며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잠시 뒤 민석이 천천히 다가왔다.


“지연 씨.”


그의 얼굴은 며칠 전보다 훨씬 마른 듯 보였다.

하지만 눈빛은 오히려 더 단단했다.


“난…

아버지가 한 죄를 용서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이해해 보려고요.”


지연은 그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엄마를 외면한 죄…

그 대가를 아버지가 너무 늦게 받았다는 것도…”


그는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몰랐을 거예요.

난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았을지도 몰라요.”


지연의 눈가에 조용한 빛이 번졌다.


“…민석 씨가 버티니까, 제가 움직일 수 있었던 거예요.”


지연 — 다시 남겨진 사람


장례가 모두 끝난 뒤,

지연은 민석 집 앞에서 마지막으로 멈춰 섰다.


그동안 이 집에 스며들어 있던 어둠과 고통, 비명과 속삭임—

그 모든 것이 이제 겨우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문득,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의 고요함이 드러났다.


“민석 씨…”


그녀가 입술을 떼는 순간,


민석이 먼저 다가왔다.


새로운 시작


민석은 지연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지연 씨.

우리… 같이 나아가요.

나는… 이제 혼자 남는 게 무섭지 않아요.

당신이… 옆에 있으니까.”


지연의 심장이 천천히 떨렸다.


그 어떤 거창한 말보다

이 한마디가

그녀가 평생 누구에게도 받지 못했던 가장 큰 구원이었기 때문이다.


“민석 씨…”


지연은 그의 손을 눌러 잡았다.


“이제는 저도… 혼자가 아니에요.”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천천히 집 쪽으로 돌아섰다.


그들이 들어가는 문 뒤로,

오랫동안 드리워졌던 그림자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작가의 말 (완결)


모든 어둠의 끝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남는다.


상처, 후회, 붕괴


그리고 때때로

아주 작은 빛.


지연과 민석은

각자의 깊은 절망 속에서 서로를 만났고

마침내 마지막 그림자를 넘어섰다.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이다.


그들의 세계는

더 이상 ‘겉과 속’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연재 안내


〈겉과 속〉 완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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